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김대중 대통령은 왜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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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김대중 대통령은 왜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나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3-12 11:10:01
아무리 좋은 헌법도 그 자체로 민주주의 보장 못해
상호관용과 권력통제 없다면 정치적 혼란 불가피
김대중 대통령은 한이 많은 정치인이다. 네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고, 오랜 시간 투옥과 가택연금을 당했다. 지지하는 지역의 사람들이 자기나라 군인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일도 겪었다. 빨갱이라는 덧칠 때문에 세 번이나 대통령선거에서 떨어졌다.

1997년 대선에서 마침내 승리했다. 외환위기가 나고 한달 후다.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이 나라를 거덜내버렸기 때문에 정적들을 얼마든지 손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손보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했다. 외환위기로 불만에 가득 찬 사람들에게 희생양을 던져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어떤 보복도 하지 않았다. '북풍공작'처럼 아주 잘못된 사실 몇 개를 다시 밝히는 정도에 그쳤다. 외환위기 관련 청문회를 열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지 않았냐고 얘기할 수 있지만, 나라가 절단나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 원인조차 규명하지 않는다면 그건 직무유기에 해당했을 것이다.

아무리 잘 설계된 헌법도 그 자체만으로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못한다. 법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여서 인간의 행위 모두를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상 민주주의 이상을 가장 잘 구현했다고 평가되는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과 우리나라 헌법 중 가장 우수했던 제3공화국 헌법이 히틀러와 유신독재를 막지 못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법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공백을 메워주는 것이 규범이다. 명문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룰 같은 걸 말한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는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꼭 필요한 규범이다. 상호 관용이란 정치 경쟁자가 헌법을 존중하는 한 그들이 존재하고, 권력을 놓고 서로 경쟁하며,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경쟁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거나 그 주장을 혐오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들의 존재를 부인하지는 않는 데에서 출발한다.

제도적 자제는 자기 통제를 통해 권력의 남용을 막는 것이다.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 있는 힘이라도 기존 체제를 위험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면 가급적 절제해 사용하는 행위다. 이 둘을 통해 정치는 무한경쟁과 보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선이 끝났다. 앞으로 새로운 정부는 여러 면에서 힘을 쓰고 싶은 유혹을 받을 것이다. 새 정부가 여러 취약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어떤 입법도 할 수 없는 처지이고, 정의당에 준 표까지 계산하면 새로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보다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더 많다. 힘으로 한계를 넘고 싶어할 텐데, 그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정치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는 없어지고 갈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시절을 회고하면서 '저녁 뉴스를 보면 어떤 일도 대통령의 책임이 아닌 게 없었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정에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존재다.

정치적 혼란도 결국은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 될 수밖에 없다.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주변 상황이 좋지 않아서라는 말은 한두 번은 통해도 이후에는 핑계로 밖에 여겨지지 않게 된다. 국민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일을 풀어가느냐를 통해 집권자를 평가한다. 규범을 만들고, 규범을 준수하며 타협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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