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文대통령 "尹 공약에 개인 의사표현 말라"…탁현민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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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尹 공약에 개인 의사표현 말라"…탁현민 질책

허범구 기자
기사승인 : 2022-03-18 14:04:21
"靑 우리가 쓰면 안되나"…尹공약 조롱한 卓에 경고
尹과 만남 분위기 조성 의도…유영민도 같은 주문
文 "빠른 시일 내 격의없는 대화…조율 필요치 않다"
尹측 화답…"靑과 긴밀히 소통…바람직한 결과 노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안에 대해 개별적 의사표현을 하지 말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에게 내린 지시 사항을 박경미 대변인이 17일 브리핑에서 전했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청와대 직원들에게 '당선인 측 공약이나 정책,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SNS 혹은 언론을 통해 개인적 의견을 언급하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박 대변인은 설명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한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의견을 올리지 말라는 지시가 탁현민 의전비서관을 염두에 둔 건가'라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탁 비서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여기(청와대) 안 쓸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며 "좋은 사람들과 모여서 잘 관리할 테니…"라고 썼다.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려는 윤 당선인의 '탈(脫) 청와대' 공약을 대놓고 조롱한 것이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임기를 불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까지 특유의 조롱과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탁 비서관의 행태에 유감을 표한다"고 성토했다.

문 대통령 지시는 탁 비서관을 질책한 것으로 읽힌다. 탁 비서관은 그간 걸칫하면 SNS에 국민의힘을 노골적으로 비꼬는 내용의 글을 올려 '트러블 메이커'로 꼽혀왔다. 

탁 비서관 페이스북에는 현재 문제의 표현은 삭제됐다. 문 대통령이 쓰는 집무실과 참모진 업무 공관이 가깝다는 점을 부각한 글만 남아 있다. "제가 조금 전에 (집무실에서 비서동 사이의) 이동 시간을 확인했는데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로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헉헉"이라는 내용이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도 '찔리는' 대상일 수 있다. 박 수석은 전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16일 만남 무산 책임이 사실상 윤 당선인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쏘아붙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도 못박았다. 윤 당선인 측을 공박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윤 당선인 측에선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 대통령 메시지는 신·구 권력 충돌과 갈등을 부채질하는 일부 참모의 자극적이고 부적절한 발언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과의 만남 일정을 다시 잡기 위한 분위기 조성 의도가 엿보인다. 정권 이양 작업이 늦어지는 건 문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 당선인을 향해 "빠른 시일 내에 격의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지시가 실무협의에 상관없이 만나자는 것인가. 아니면 실무협의를 빨리 해 달라는 취지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양쪽 다 해당할 것 같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만남 의사를 적극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직후 윤 당선인과 통화에서 '원활한 협조'를 약속했다. 또 대선 후 핵심 과제로 '국민통합'을 제시했다. 그런데 정부의 인수인계가 차질을 빚고 있어 공언이 허언이 될 우려가 있다. 문 대통령이 먼저 교착 해소에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발언에는 구체적 의제에 얽매이지 말자는 뜻도 담겨 있다. 윤 당선인이 원하는 의제를 듣고 수용할 수도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권 이양기에 한국은행 총재, 감사위원 등에 대한 인사권 행사와 이명박(MB) 전 대통령 사면 등을 놓고 양측 견해가 맞서 16일 오찬이 전격 무산됐다는 게 중론이다. "협의 후 임명하라"는 윤 당선인 측과 "임명은 당연하다"는 청와대 측이 대립하며 감정의 골이 쌓이는 양상이었다.

그런 만큼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핵심 의제들에 대한 양측 이견이 좁혀진데 따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 측도 즉시 화답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국민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청와대 만남과 관련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앞서 오전 브리핑에서도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청와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사전 조율 중이라고 알렸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금씩 인내하고 지켜봐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측이 서둘러 만남 날짜를 확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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