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기성의 경제분석] 규제 완화하면서 재벌총수 내연녀는 단속하겠다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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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의 경제분석] 규제 완화하면서 재벌총수 내연녀는 단속하겠다는 공정위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8-11 15:49:01
친족 범위 축소에 대기업 집단 친족 수 절반가량 줄어들어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시키면서 논의 초점 흐려져
SM그룹 규제 가능성↑…지나친 사생활 개입, 실효성 의문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총수의 친족 범위를 조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현재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인 총수의 친족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대기업 집단 친족의 수는 8938명에서 4515명으로 절반가량 줄어들게 됐다. 

이러한 대규모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관심은 엉뚱한 곳에 집중되고 있다. 함께 발표된 속칭 '내연녀'인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에 포함하는 새로운 규제가 다른 논의를 덮어버리고 있다. 과연 그럴 만큼 우리나라 재벌들의 사실혼이 문제가 될 정도의 수준일까?

▲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1일 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재벌 1세 상당수가 내연녀, 애첩을 두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법률혼 배우자를 두고 다른 내연녀를 두는 것은 간통으로 처벌해 왔다. 그러한 간통죄가 2015년에서야 폐지됐지만, 재벌 창업주들은 배우자 이외에 또 다른 여자, 내연녀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한국에 부인 박두을 씨가 있었지만, 일본에서 일본인과 결혼해 2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도 한국인 첫 번째 부인 노순화 씨와 결혼해 신영자 씨를 낳았고 그 이후 일본에서 일본인 시게미쓰 하츠코 씨와 사이에 신동주, 신동빈 두 아들을 뒀다. 또 신 회장은 미스롯데 출신인 서미경 씨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이밖에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최준문 동아그룹 창업주 등 많은 재벌 창업주들이 법률혼 배우자 이외에 내연녀를 두고 배다른 자식을 낳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후진적 문화에 젖어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재벌 창업주가 사망하면 자신이 배다른 자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제는 바뀐 재벌의 혼인 문화-내연녀의 존재는 이혼으로 귀결

그러나 재벌의 혼인 문화도 많이 변한 게 현실이다. 과거처럼 법률혼의 배우자 이외의 여성에게서 자식을 낳고 내연녀를 첩으로 건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최태원 SK 그룹 회장과 노소영 씨의 이혼 소송, 정몽익 KCC 글라스 회장과 부인 최은정 씨와의 이혼 소송 등은 모두 법률적 배우자 이외에 내연녀 관계가 드러나면서 혼인 관계를 청산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배우자 이외에 사실혼 관계의 여성을 두고 그 여성에게 계열사의 지분을 나눠주는 사례는 법률혼 관계의 부부가 해결할 문제이지 규제 당국이 신경을 써야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사실혼 배우자 친족 포함의 실효성 문제

사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친족의 범위가 바뀌는 경우도 거의 없다. 롯데그룹의 경우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에게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씨가 있지만 이미 신 회장이 별세했고, 동일인이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돼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최태원 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김희영 T&C 재단 이사장의 경우 이미 동일인 관련자로 분류돼 있어 새롭게 특수관계인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삼라마이다스(SM) 그룹이 특수관계인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SM그룹의 2대 주주 격인 김혜란 씨와 사실혼 관계로 알려져 있고 두 사람 사이의 자녀가 우기원 우방 전무와 우건희 삼라마이다스 사외이사다. 김 씨는 SM그룹 지주회사 격인 삼라와 우방산업 지분을 각각 12.31%, 삼라마이다스 자회사인 동아건설산업 지분을 5.68%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SM그룹을 제외하고는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의 범위에 포함시킨 규정에 영향을 받을 곳은 한 곳도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자녀 없는 사실혼은? 또 지나친 사생활 침해 소지도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서 사실혼 관계라 하더라도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친족으로 보기로 한 부분은 법적인 일관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녀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지분을 가지거나 일감몰아주기를 하더라도 사실혼 배우자가 친족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또 극히 사적인 영역인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기가 용이하겠느냐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최태원 SK회장처럼 자신이 밝히지 않는한 입증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행령이 개정되고 나면 재벌들은 공정위에 사실혼 배우자도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것이 되고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나친 사생활 간섭이라는 지적을 받을만 한 대목이다. 

따라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줄이기 위해서는 유독 사실혼 배우자만 친족의 범위에 포함시킬 것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하게 특수관계인에 대한 개념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데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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