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정치에 발목잡힌 개혁…'잃어버린 20년' 극복 못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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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정치에 발목잡힌 개혁…'잃어버린 20년' 극복 못하는 일본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8-12 08:58:15
장기 침체 빠진 일본, 2001년 고이즈미 총리 개혁 시동
'최장기 호황' 성과에도 이익단체 대변 '족(族)의원'에 좌초
정치적 의사결정 주체 모호한 일본, 구조개혁 돌파력 한계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조8100억 달러, 일본은 4조9374억 달러였다. 일본 GDP가 우리의 2.7배 정도 된다. 인구가 2배 이상 많은 걸 감안해도 양국간에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속도다. 2000년 이후 우리 GDP가 3.1배 늘어나는 동안 일본은 소폭 감소했다. 최고 높을 때 미국의 54%까지 올라갔던 일본의 GDP가 작년에는 21%로 낮아졌다. 

1인당 GDP는 변화가 더 심하다. 작년에 우리가 3만4984달러, 일본이 3만9285달러였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른바 30-50클럽(인구가 5000만 명을 넘고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에 들어간 나라가 일본이다. 1992년에 위업을 달성했는데 미국보다 2년 빨랐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29년 동안 일본은 3만 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간에 4만 달러를 넘은 적이 몇 번 있지만 원인이 환율 때문이어서 엔화 약세와 함께 다시 3만 달러대로 떨어졌다. 일본이 처음 3만 달러를 넘었을 때 우리나라는 1인당 GDP가 8000달러 정도였으니까, 그동안 일본 경제가 얼마나 답답한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일본 경제가 이렇게 나빠질 때 정치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았다. 2001년 고이즈미 총리의 구조개혁같이 판을 바꾸기 위한 시도가 있었다. 

'새로운 일본',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는 구호 아래 개혁이 진행됐는데, 내각부 산하에 민간인으로 구성된 경제재정자문회의를 두고 개혁 정책 연구부터 기획,입안까지 모든 일을 맡겼다. 일본 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관료조직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서였는데, 부실채권 정리와 정부 예산삭감, 우정 민영화, 공기업 개혁, 지방재정 개혁 등 굵직한 개혁과제가 선정됐다. 

구조개혁의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 3년 내에 부실채권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가 조기 달성됐다. 연간 신규 국채발행액이 30조 엔 밑으로 떨어졌고, 중앙은행의 국채매입에 의한 양적 완화정책이 처음 시행됐다. 그 덕분에 2002년 2월에서 2008년 2월까지 73개월간 경기가 확장하는 '이자나미' 호경기 시대가 열렸다. 일본 역사상 최장기 호황이다.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혁이 중간에 좌초했다. 일본에는 족(族)의원이라는 게 있다. 원래는 중앙부처와 국회 상임위원회에 대응해 자민당 정무조사회 산하 각 부서에 배치된 의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장기간 같은 분야의 정책결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전문성이 뛰어나지만,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존재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대표 개혁안 중 하나인 우정 민영화가 우정족의원들의 반대로 참의원에서 부결됐다. 의회를 해산하고 다시 선거를 치러 결국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개혁에 대한 저항이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의사 결정 주체가 모호한 일본 정치의 특징도 구조 개혁에 차질을 빚게 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국가를 대표하는 왕과 실제 권력을 쥐고 있는 쇼군이 같이 존재해온 나라다. 왕의 힘이 셀 때에도 뒤로 물러난 상왕이 막후에서 나라를 다스렸기 때문에 누가 가장 힘이 센 존재인지 구별하기 힘들었다.

구조 개혁은 욕을 많이 얻어먹는 과정이다. 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온갖 비난을 이겨내야 하는데, 힘의 주체가 모호하다 보니 돌파력이 생기지 않았다. 

정치는 경제와 떨어져서 존재하지 않는다. 한 나라 경제가 잘되고 못 되는 데에 정치의 영향이 크다. 우리 정치는 경제에 힘이 되고 있을까? 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문득 든 생각이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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