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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유지' 가 아니라 '경영 발목' 잡는 고용유지지원금

탐사보도부
기사승인 : 2023-01-06 10:02:22
고용유지지원금 받는 영세업체들 "현실성 결여"
탄력성 없는 운용에 지원금 토해내고 징수금까지
전문가들 "적극적 제도 홍보와 탄력적 운영 필요"
서울 모 사립대 공연장을 위탁 운영하는 A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직격탄을 맞았다. 2년간 정상적인 회사 운영을 못했다. 아예 공연장 문을 닫다시피 했다.

직원 8명 고용을 걱정하던 회사 대표는 2020년 1~4월, 11~12월, 2021년 1~2월 세 차례 정부가 주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다. 당시 정부는 8명 모두 유급 휴직시키는 조건으로 회사에 총 4400여만 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지난해 관할인 서울동부노동청은 지원금을 반환하라고 통보했다. 게다가 6926만 원이나 벌금 성격의 '추가징수금'까지 부과했다. 직원 2~3명이 하루 이상 근무했다는 게 이유였다. 애초 약속대로 고용유지조치계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회사 대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대학 시설을 위탁받았기 때문에 계약 상 학교 요구가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직원이 출근해야 한다. 문제가 된 직원들은 환경미화원과 학교 행사에 필요한 무대시설 담당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행사에 직원들이 딱 한번 근무했는데 그걸 문제 삼는 것이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기 침체로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사업체를 지원하는 정부 정책이다. 그런데 이 좋은 제도가 되레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 지난해 6월14일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 관광서비스노련과 항공노련 주최로 열린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특별고용지원업종(관광 및 항공산업)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 연장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고용 유지 조건으로 급여 3분의2 최장 180일까지 지원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 악화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에게 정부가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급여를 보조하는 제도다. 정부는 현재 한 달 동안 당초 근로시간의 5분의 1 이상 휴업을 한 직원에게 휴업수당의 최대 3분의 2를 대신 주고 있다. 지원기간은 최대 180일이다.

하지만 제도 운영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받을 경우 사업주는 사전에 직원 근무 계획을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징벌적 차원에서 지원금의 최대 5배 추가징수금이 부과된다.

문제는 회사 상황에 따라 직원들의 근무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원금 신청 시 제출한 계획서만을 근거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다.

서울 서초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B사 대표는 "근무일을 월·수·금요일로 정했더라도 상황에 따라 월요일 대신 화요일에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단 하루에 해당하는 계획을 바꾸려고 하면 일일이 변경계획서를 내라고 한다. 애초 계획대로 3일 근무만 채우면 되는데 쉬는 날에 출근시켰다고 지원금을 반환하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노무법인 성현 노재찬 대표노무사는 "계획서로만 판단하지 말고 총량제 성격으로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사대표 동생은 피고용자로 볼 수 없다?

제도 운영 과정에서 양측 갈등도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 서초동에서 미술전시관을 운영하는 B업체도 현재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소송 중이다. 관할 관청이 재직 중인 회사 대표 동생을 직원으로 볼 수 없다며 부당수급자로 판단해서다.

이 회사 대표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부터 근무했으며 정식 고용계약서도 쓰고 일하고 있다. 4대 보험도 냈는데 이제 와서 나와 특수관계인이어서 정식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벌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사실관계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될 만한 수준의 과도한 자료 요구를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근로감독관이 1년 치 휴대전화 통화내역, 교통카드 사용 내역 등 너무 많은 자료를 요구하고 있어, 이를 처리하느라 회사 일이 힘들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원금을 받은 또 다른 회사 관계자도 "팩스 한 장 보내고, 간단한 전화 통화를 위해 회사에 나오는 것조차 근무라고 보고 벌금을 부과할 정도로 엄격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60건이었던 고용유지지원금 행정심판건수는 지난해 37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행정심판에 불복해 정식재판이 청구된 건수는 2021년 30건에서 지난해 43건으로 늘었다. 항소심과 상고심도 각각 7건과 2건이 진행되고 있다.

▲ 자료=민주당 전용기 의원실

업체들은 주변에서 관계당국과 소송에 지쳐 회사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한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C업체는 "벌금이 부과된 데다 관계당국에서 너무 무리하게 사실관계를 요구하고 있어 힘든 나머지 회사 문을 닫을까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 때문에 관련 제도 정비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한 학술지 '예산정책연구' 12월호에 실린 '고용장려금 사업의 고용효과 분석' 논문에 따르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사업체의 1년 후 고용 규모는 지원금을 받기 1년 전보다 모델별로 평균 28.4∼52.4% 씩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 논문은 고용규모, 업력별로 모델을 만들어 분석했다.

고용유지지원금 받은 기업 고용 효과 감소돼

관련 홍보도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공연업체 A사 대표는 "지원금 신청 시 대관 등 매출과 관련된 일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판단했으며, 신청을 위해 해당 관청에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B사 대표도 "처음부터 회사 직원인 여동생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면 굳이 왜 지원금을 신청했겠느냐"면서 "코로나19로 힘들 테니 지원금을 편하게 가져다 쓰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선 부당행위라며 처벌하려고 해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25일 임시휴업 안내문이 나붙은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오락실. 정부는 3개월간 한시적으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수준을 모든 업종에 최대 90%까지 상향조정 한다고 밝힌 상황이었다. [뉴시스]

노재찬 대표노무사는 "정부가 경로를 통해 관련 제도를 홍보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노동관련 규정은 인사 노무 전문 인력이 있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체에서나 이해하도록 제도가 구성돼 있다"면서 "고용유지지원금처럼 법 해석이 까다로운 지원제도는 더 적극적인 상담 및 홍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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