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칼럼] 세계 최고(最古) '직지심체요절'과 故 박병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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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계 최고(最古) '직지심체요절'과 故 박병선 박사

박상준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3-04-12 11:25:57
고려시대 발간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세계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 내용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책은 고려 공민왕 21년에 경한(景閑)이라는 승려가 역대 고승들의 게송(偈頌)·법어(法語)등에서 선(禪)의 요체를 깨닫는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 편찬한 것이다. 

핵심은 사람이 마음을 바르게 가졌을 때 그 심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정식 서명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지만 흔히 줄여서 직지심체요절이라고 한다.

'직지'의 존재는 동양에서도 변방(邊方)에 위치한 나라 고려가 당시 세계문화의 최선진국였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조선시대 말에 정작 직지를 눈여겨 본 사람은 프랑스인이었다. 

초대 프랑스 공사를 지낸 빅트로콜랭 드 플랑시가 수집해 1907년 프랑스로 가져갔다. 그가 1911년 드루오 고서 경매장에 내놓은 것을 당대의 부유한 보석상이자 고서 수집가인 앙리 베베르가 단돈 180프랑(지금 돈 26만 원)에 낙찰 받았다. 

​당시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다른 한국 책 80종은 사면서도 이 책은 사지 않았다. 한국에서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1943년 앙리 베베르가 숨지자 그의 유언에 따라 '직지'는 1952년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했다. 현재 도서번호 109번, 기증번호 9832번을 단 채 동양문헌실에 보관돼 있다. 

​'직지'가 50여 년 만에 최근 실물을 드러냈다. 장소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의 '인쇄하다! 구텐베르크의 유럽' 전시회. 직지는 도서관 1층 전시장에 초반 부분을 펼쳐 놓은 상태로 공개됐다.

1970년대 초반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은 독일인 구텐베르크가 1450년 찍은 '42행 성서'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사서 고(故) 박병선 박사가 도서관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방치됐던 '직지'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그랬다. 

박병선 박사는 프랑스 유학비자를 받은 최초의 한국인 여성이다. 파리 제7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이자 서지학자다. 프랑스국립도서관 사서로 13년간 일하며 글자체를 하나하나 분석해 이 책이 '42행 성서'보다 78년 앞선 금속활자본임을 입증했다. 그의 노고로 세계최고 금속활자본은 직지가 됐다.

자연히 대한민국은 금속활자 종주국의 명예를 얻었다. 직지를 발간했던 흥덕사지가 있던 충북 청주는 인쇄문화의 발상지가 됐다. 또 직지는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박 박사는 '직지대모'로 불렸다. 그러나 직지에 이어 '외규장각 의궤'까지 프랑스국립도서관 별관 창고에서 발견하자 되레 시련을 겪었다. 도서관측은 프랑스인의 약탈 의혹이 제기될까 우려해 사표를 강요했다. 박 박사는 도서관을 떠난 뒤 주불한국대사관 한켠에서 '조선조의 의궤'라는 책을 발간했고 암 투병 끝에 2011년 별세했다.

직지는 유럽의 한복판인 파리 전시회에서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에 앞선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으로 관람객 시선을 잡아끌고 있다. 인쇄한류의 상징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인 사서가 아니었다면 직지는 아직도 햇빛을 보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잊혀졌을 것이다. 박병선 박사의 집요한 노력이 세계인쇄문화의 역사를 바꾸어놓았다.  

▲ 박상준 충청본부장

KPI뉴스 / 박상준 충청본부장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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