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중근 부영 회장, '정승같이' 돈을 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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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 회장, '정승같이' 돈을 쓰려면…

김기성
기사승인 : 2023-07-03 14:39:01
고향 사람·지인들 개개인에 최대 1억원 기부
배임 횡령 징역형…임대주택 사업서 피해자도
정의롭게 돈 벌고 피해 본 사람 먼저 보듬어야
부영측 "1인 주주회사로 배임횡령 피해자 없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고향 사람들에게 큰돈을 증여했다는 소식이 재계 화제다. 이 회장의 고향인 전남 순천 운평리 280여 가구 주민에게 많게는 1억 원씩 개인통장으로 입금했다. 세금을 제하고 2600만 원부터 최대 9020만원을 거주 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했다. 또 이 회장은 자신의 초중고교 동창 80명에게도 5000만 원에서 1억 원씩 지급했고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에게도 격려금을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된 이 돈은 모두 이 회장의 개인 돈이고 지금까지 지출된 돈은 14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선물세트와 공구세트, 역사책 등 물품까지 합치면 24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부영그룹 측은 이 회장이 고향 사람과 군 동기, 학교 동창, 친인척 등에게 광범위하게 선행을 베풀었고 남몰래 기부하려 했으나 알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각지도 못한 거액의 격려금을 받은 운평리 주민들은 이 회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받은 돈의 1%를 성금으로 거둬 이 회장의 공적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부영그룹 제공]

개개인에 대한 직접 기부는 사례가 없어

이 회장은 운평리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동산초등학교와 순천중학교를 졸업했으나 가정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에 바로 진학하지 못하고 이후 상경해 야간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성공한 이후 자신이 제대로 교육과정을 거치지 못한 아쉬움에 순천에 부영초등학교를 세웠다. 또 공군에 100억 원을 기부하는 등 과거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나 단체에게 기부를 이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까지는 여느 성공한 기업인의 고향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개개인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지급한 것은 우리 재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 회장, 배임횡령으로 징역…임대주택 사업에서도 부당이득 의혹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돈을 번 과정에서 지탄을 받을 일을 많이 했다면서 어두운 구석을 지적한다. 검찰은 2018년 이 회장이 4300억 원대 배임, 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재판에서 이 회장은 365억7000만 원에 대한 횡령 혐의가 인정돼 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61일 간의 수감생활 끝에 2021년 8월 가석방돼 지난 3월 형기가 만료됐다. 다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5년간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아직 경영에는 복귀하지 못한 상태다. 법을 어기며 재산을 모았다는 사실이 법원 판단으로 확정된 것이다. 

또 부영의 주력사업인 임대주택 사업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대아파트를 분양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양가를 높여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으로 법정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소송은 전국의 각 단지별로 진행되고 있고 일부 소송에서는 대법원이 원고인 부영주택 주민들의 승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임대 기간이 끝난 공공임대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법정 기준을 초과한 분양대금은 부당이득에 해당해 입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상대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임차인에게서 부당하게 이득을 챙긴 것도 증명된 셈이다.

사업 과정에서 피해 본 사람에게 보상이 우선돼야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보면 돈만 알던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가 잘못을 깨닫고 회개한 뒤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신의 밑에서 일하던 서기 크로체트의 집으로 큼직한 칠면조를 보내는 일이었다. 말하자면 자신의 인색함에 피해를 본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자비를 베푼 것이다. 

이 회장이 고향사람과 인연이 있었던 사람에게 기부를 하는 것을 두고 폄훼할 이유는 전혀 없다. 어찌됐건 선행은 칭찬받을 일이다.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제 세상은 ESG 경영이 대세로 여겨지면서 돈을 버는 방법도 '개같이'는 안 되고 정의로워야 한다. 하물며 '정승같이' 돈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 회장이 깊게 고민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이 회장이 자신의 재산으로 누군가를 도우려 한다면 자신의 사업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부영 측은 이같은 논란에 정색하고 반박했다. 배임, 횡령 유죄판결에 대해 "모회사에서 자금을 빌려줬다고 해서 배임이 된 건데, 사실상 1인 주주회사여서 피해자가 없다. 또 역사책 발간이라는 공익적 활동을 위해 먼저 빌리고 나중에 갚은 것"이라며 "통상의 배임, 횡령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또 '아는 이들만 도와준 거 아니냐'는 시각엔 "그 동안 대기업중 매출대비 1위를 할 정도로 소외계층을 위해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해왔으며, 이번엔 (신세진 이들에게)은혜를 갚고 싶다고 해서 사비를 털어 선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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