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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쏘아올린 큰 공, '팁'

김기성
기사승인 : 2023-08-01 14:20:48
카카오T 택시에 '1000~2000원' 팁 결제창 시범 운영
美, 천정부지로 치솟은 팁에 신조어 '팁플레이션' 등장
임금은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팁으로 대체 안 돼
'팁'의 사전적 의미는 서비스를 제공받고 대가로 지불하는 요금 이외에 감사의 표시로 더 주는 돈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깃집이나 미용실 등 일부 업종에서 소비자들이 그야말로 호의에 따라 팁을 건네기도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문화임에 틀림없다. 

전문가들은 팁이 일상화된 미국에서의 부정적 사례를 들어 '팁 문화'가 전반으로 퍼지는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카카오가 '팁'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일부 이용자에게 시범 운영 중이고 이를 계기로 팁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팁 문화에 대한 우려는 인식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서울 용산역 택시 승강장. 카카오 택시가 줄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카카오T, 택시에 팁 도입-부정적 효과 우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카카오T 택시를 이용하고 기사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하고 싶을 때 팁을 줄 수 있는 시범 서비스를 도입했다. 블랙·블루 등 가맹택시를 이용한 뒤 평가 화면에 별점 5점을 남기면 팁을 줄 수 있는 창이 등장한다. 

팁 액수는 1000원∼2000원으로 카드 수수료를 제외한 액수가 기사에게 전달된다고 카카오T는 설명하고 있다. 또 팁을 강요하는 기사가 있다면 제재 조치를 할 것이고 팁을 줄지 여부는 고객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범적, 제한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전문가들은 '팁'을, 그것도 대중 서비스를 대상으로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팁을 도입하는 것은 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팁'은 시작부터 노동착취 내포

팁은 유럽 귀족 문화에서 가진 자의 약자에 대한 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비롯돼 1860년 대 미국으로 건너와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팁은 호의와는 거리가 먼 노동 착취의 뜻이 내포돼 있었다. 

미국의 노예 해방 이후 흑인 노예들이 접객업소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백인 사업자들은 흑인 종업원에게 고정 임금을 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팁을 적용한 것이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지불해야 할 임금을 고객에게 떠넘긴 것이다. 또 종업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하기에 따라 대가가 달라진다는 그릇된 관념을 심어주는 수단이 됐다. 팁을 미끼로 친절을 강요한 것이다.

'팁플레이션'에 고민하는 미국

이러한 다소 고루해 보이는 팁의 유래를 차치하고라도 팁은 미국 경제에 실제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서비스 가격의 15%정도로 여겨지던 팁이 이제는 20%를 넘어 25%, 30%를 육박하고 있다. 그래서 '팁플레이션'(팁+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CBS 방송에서도 팁플레이션을 다룰 정도가 됐다. 이들 미국 언론이 분석하는 팁플레이션의 요인은 크게 세 가지다. 

코로나 사태가 팁플레이션을 촉발

첫 번째는 코로나 사태. 코로나 사태로 극심한 판매 부진에 시달린 서비스 업주들이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겼고, 소비자들은 코로나 사태에도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업원에게 팁으로 보상한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요인은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경제를 괴롭히고 있는 구인난이다. 종업원 구하기가 어려워진 사업주들이 높은 임금을 제시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이를 팁으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 또 많은 팁은 직원들을 붙잡아 두는 데도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결국 임금으로 해결할 부분을 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자 결제 시스템 도입으로 더 많은 팁을 강요

세 번째는 기술의 발전이 팁플레이션을 가져왔다. 과거에는 계산대 옆에 놓은 'TIPS'라고 적힌 병에 팁을 넣게 하거나 신용카드 계산서에 직접 기입하면 됐다. 소비자 원하는 만큼 팁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자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팁의 비율을 일방적으로 정해 고객들에게 강요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보통 18% 또는 20%에서 시작하고 최대 30%의 팁을 제시하기도 한다. 고객은 종업원의 눈앞에서 팁 선택 버튼을 눌러야 결제를 마칠 수 있게 됐다. 10%의 팁 항목을 찾아보기도 어려울 뿐 더러 가장 낮은 팁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테이크아웃,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도 팁 강요

이처럼 지금까지는 팁을 주는 결단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팁을 주지 않는 게 적극적인 행동이 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팁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미국인들이 음식 값의 20%가 넘는 팁이 부담스러워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한다.

그러나 전자 결제 시스템의 확산으로 이제까지는 팁을 주지 않아도 됐던 테이크아웃 매장이나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서도 팁을 요구하고 있다. 물론 매장에 따라서는 '팁 없음' 버튼이 있다고는 하지만 직원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팁으로 임금을 대신해서는 안 될 일

얘기를 본질로 돌려보자. 종업원은 서비스라는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다. 그것이 본질이다. 팁은 극히 한정된 상황에서 호의에 그쳐야 한다. 팁으로 임금을 벌충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팁이 일상화된 미국에서도 팁을 받는 업종의 최저 임금은 다른 업종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다. 팁=임금, 노동의 대가라는 개념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이러한 팁 문화의 도입은 소비자, 근로자 모두에게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팁 문화의 적용은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이다.

카카오T도 고객으로부터 별점 5점을 받을 만큼 친절한 기사가 있다면 그 보상을 고객에게 미뤄서는 안 될 일이다. 그 기사는 카카오T에게 더 많은 돈(수수료)을 벌어주는 고마운 직원이다. 당연히 보상은 카카오T가 벌어들인 돈에서 나눠줘야 한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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