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UNIST 졸업식서 깊은 울림 남긴 '암 극복 박사' '두차례 창업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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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ST 졸업식서 깊은 울림 남긴 '암 극복 박사' '두차례 창업 학사'

최재호 기자
기사승인 : 2026-03-02 08:42:47
출산과 항암치료 병행한 박사 "연구,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12년 만에 졸업한 학생 창업가 "정답 재촉 대신 질문이 먼저"

울산에 위치한 연구중심 특수대학인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지난달 23일 열린 '2026 학위수여식'에서 깊은 울림을 남긴 내·외국인 대표 졸업생 2명의 연설을 2일 소개했다.

 

임신 28주에 유방암 2기 진단을 받고도 조기 출산과 수술, 항암치료를 병행하며 연구를 이어간 리자 박사(방글라데시 출신)는 치료 중에도 논문 심사 의견에 답하고 데이터를 보완해 마침내 박사학위를 받아냈다. 그는 "멈추지 않으면 결국 목표에 도달한다"고 말했다.

 

자퇴와 복학, 두 차례 창업을 거쳐 12년 만에 학사모를 쓴 학부 졸업생 대표 정인중(컴퓨터공학과) 씨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며 해결책보다 먼저 문제를 정의하는 힘의 가치를 강조했다.

 

임신 28주 암 선고…"하루의 작은 회복이 나를 다시 움직였다"


▲ 방글라데시 출신의 리자 박사가 외국인 대표 졸업생으로서 연설을 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수라이야 자한 리자 박사는 UNIST에서 인간공학 석사를 마친 뒤 2017년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연구를 이어가던 4년 차, 임신 중 암 진단을 받았다. 병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먼저 출산했고, 2주 뒤 수술을 받았다. 이후 항암치료가 이어졌다.


그는 연설에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은 날이 많았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학위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하루를 넘기는 일이 전부였지만, 그 하루가 모여 여기까지 왔다"고 돌아봤다.


병가 후 복귀했을 때 지도교수는 "학위는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 말을 "엄격하지만 신뢰가 담긴 조언"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이후 암 재발을 막기 위해 약물치료와 정기 검진을 계속해왔고, 그에 따른 적지 않은 부작용도 겪었다. 회복의 과정은 끝나지 않았지만, 계속 나아가기를 선택했고 결국 박사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그의 연구는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각 훈련 프로그램이다. 약 20일간의 훈련을 통해 시기능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를 스마트폰 기반 방식으로 확장해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박사과정 동안 SCI급 학술지 논문을 게재했고, 국내 특허도 확보했다.

 

그는 "고령층이 비교적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연설 말미 그는 "속도가 다를 뿐, 멈추지 않으면 결국 목표에 도달한다"고 덧붙였다.

 

"1000억 꿈에서 출발"…정인중 학부 졸업생 "답부터 찾지 마라"


▲ 학부 졸업생 대표로 정인중(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이 연설하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 제공]

 

정인중 씨는 UNIST 재학 시절 "서른 살에 1000억 원을 벌고 싶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15년 과외 중개 서비스 '페달링'을 창업했고, UNIST 학생팀 최초로 미국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했다. '도전 K-스타트업 2016' 울산지역 1등, 전국 5등을 기록하며 장관상을 받았다. 그는 "그때는 불확실함 자체가 기회처럼 보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글쓰기 앱 '씀'의 성장 과정에 참여했고, 서비스는 양대 앱마켓 '올해의 앱'에 선정됐다. 하지만 그는 "사용자 수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우리가 풀고 있는 문제가 정확한지 돌아보는 일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플랫폼 클래스101의 성장 국면에도 참여하며 현장을 경험했다. 현재는 스타트업 딜라이트룸에서 글로벌 알람 앱 '알라미'와 광고 수익화 솔루션 '다로(DARO)'의 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연설에서 그는 성과보다 태도와 관점을 강조했다. 정 씨는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문제'라며, 창업과 연구 모두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말했다.

 

"UNIST는 답을 빠르게 찾는 법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법을 가르친 곳"이라며 "해결책을 찾기 전에, 내가 풀고 있는 질문이 맞는지부터 점검하라"고 졸업생들에게 당부했다.

 

KPI뉴스 / 최재호 기자 choijh199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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