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부 재량권 비대화…한국 철강기업 대미 수출 불확실성 확대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이 한국산 철강 제조업체에 대한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의 상계관세율 재조정 권한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미 상무부가 과거 판정에 얽매이지 않고 관세율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판결은 한국 철강 기업들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상계관세 리스크가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상계관세는 수출국이 제조·생산 단계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아 부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될 때 수입국이 부과하는 상쇄 관세다. 미 상무부가 관세율을 다시 산정할 수 있는 법적 명분을 쥐게 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향후 더 높은 관세 폭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장기적으로 불확실성도 커졌다. 통상 분쟁이 하급심에서 한국 기업 측에 유리하게 흘러가더라도, 미국 정부(상무부)가 항소심을 통해 언제든 판세를 뒤집고 재심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대미 수출 전략 및 가격 책정 기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의 주요 당사자 명단에는 국내 철강사인 동부제철(현 KG스틸)뿐만 아니라 KDB산업은행(Korea Development Bank)이 함께 이름을 올라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연관된 이유는 미 상무부가 한국 철강업계를 조사할 때 '정부 보조금'의 출처로 지목하는 핵심 기관이기 때문이다.
미 당국은 한국의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보조금'으로 규정하며 시비를 걸곤 했다. 과거 동부제철 등이 경영난으로 구조조정을 겪을 당시 채권단 일원이었던 산업은행 등 부처·기관이 제공한 자금 지원, 채무 조정, 만기 연장 조치 등을 미 상무부는 "한국 정부가 자국 철강 기업에 부당한 특혜(보조금)를 준 것"이라며 상습적으로 딴지를 걸어왔다.
산업은행의 지원 행위가 순수한 금융 논리에 따른 것인지, 혹은 정부의 유도에 따른 특혜성 보조금인지를 두고 미 당국과 한국 정부·기업 간의 법적 공방이 이어져 온 이유다. 이번 판결로 상무부가 이 문제를 다시 들여다볼 재량을 얻게 되면서 산업은행의 과거 지원 내역 역시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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