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명절이면 재탕되는 체불 임금 대책, 효과 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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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명절이면 재탕되는 체불 임금 대책, 효과 보려면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4-09-13 10:03:01
지난해 역대 최대치 기록, 올해 더 가파르게 증가
세계 최대 수준…미국·일본보다 규모 훨씬 커
핵심은 체불 양산 구조…법 개정해 구조 바꿔야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반의사불벌죄 폐지 등 필요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금 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공동 발표했다. 체불 임금이 급증하던 때였다. 지난해 1~8월 체불 임금은 1조 1411억 원.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615억 원(29.7%) 늘어난 금액이었다.

두 장관은 엄정 대응을 천명했다. 그러나 체불 임금 증가세를 꺾지 못했다. 2023년 전체 체불 임금은 1조 7845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보다 4373억 원(32.5%) 많은 역대 최대치였다. 

 

▲ 추석이 코앞이던 지난해 9월 2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오른쪽),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임금 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공동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올 들어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상반기 체불 임금은 1조 436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04억 원(26.8%) 늘어났다. 올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체불 임금 규모는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1조 원을 넘기며 세계 최대 수준으로 꼽혔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약 8배다. 일본과 비교하면 2018년 기준으로 약 16배에 달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경제 규모가 미·일보다 훨씬 작은데도 그렇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도 정부는 체불 임금 관련 메시지를 내놓았다. 김문수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5일 임금 체불 예방, 체불 임금 청산, 악질 체불 사업주 처벌에 전념하라고 주문했다. 9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체불 임금 등의 점검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로 체불 임금 급증세를 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년처럼 근본적 해결과 거리가 먼 헛손질에 그칠 우려가 있다. 재탕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그간 명절마다 나타난 풍경의 재연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의 핵심인 체불 임금 양산 구조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임금을 떼먹고 도망가거나 안 주고 버티는 게 악덕 사업주에게 훨씬 이득이 되는 그 구조 말이다.

우선 처벌 수위가 높지 않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벌금이 몇백만 원 수준에 그쳐 체불 임금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반의사불벌죄 조항도 문제다. 노동계에서는 체불 임금 문제에 이 조항이 적용되도록 노무현 정부 때 법을 개정한 후 체불 사례가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악덕 사업주가 임금을 안 주며 시간을 끌다 피해자의 처벌불원서와 임금의 일부를 교환하는 조건으로 합의하고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일부는 위법을 제대로 처벌하기보다는 그런 합의를 종용한다고 한다. 본분을 잊은 부적절한 처신이다.

 

사업주가 임금을 체불하면 연 20%의 이자를 물리는 지연이자제가 퇴직자에게만 적용되는 것도 논란이다. 직장을 그만두지 않으면 임금이 체불돼도 이자 한 푼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시민사회 단체와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개선 방안을 제시해왔다.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 도입, 반의사불벌죄 폐지 내지 개정, 지연이자제 적용 대상 확대 등이다.

문제는 이런 방안들이 법제화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여야 모두에서 발의됐으나 채상병 특검법 공방 과정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하루빨리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법을 개정해 체불 임금 양산 구조를 바꿔야 한다. 구조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더라도 기대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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