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인터뷰] 최예용 "가습기 살균제 참사, 국회가 문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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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예용 "가습기 살균제 참사, 국회가 문제 풀어야"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4-02-20 16:19:20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최근 판결 2건 관련 입장 밝혀
"SK케미칼 형량 가벼워…정부책임 인정, 범위 등 아쉬워"
"2000여 명은 피해 인정 못 받아…사망자 2만여 명 추산"
"국회, 청문회 열어 국가 책임 규명…배상금은 기금으로"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는 지난달 11일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애경·이마트 임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2021년)을 깨고 유죄를 선고했다. 전에 유죄가 인정된 옥시레킷벤키저 제품과는 성분이 다른 물질을 사용한 SK케미칼 등의 형사상 책임도 인정한 판결이었다.


지난 6일에는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가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제기한 국가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2016년)을 뒤집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가습기 살균제 출시 30년, 피해가 세상에 알려진 지 13년이 되는 올해 나온 두 판결의 의미와 과제에 대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환경보건학 박사)에게 물었다. 문재인 정부 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사참위) 부위원장으로 일한 최 소장은 참사와 관련해 오랫동안 활동해왔다.   

 

인터뷰는 19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ㅡ1, 2월에 의미 있는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

"두 판결 모두 중요하다. 핵심 재판 중 하나가 SK케미칼 등에 대한 것인데, 무죄를 선고한 1심이 1월 뒤집혔다. 2월 판결은 '참사에 환경부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일차적으로 기업이 잘못했지만 정부도 참사의 책임 주체임을 분명히 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1월 판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 2월 판결은 배상금 인정 범위와 액수에 아쉬움이 많다."

ㅡ두 재판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힌 주요 배경이 뭔가.

"1심 이후 결정적인 추가 증거가 많이 제출됐다. 그런데 그것만으로 판결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심 재판부들의 태도가 이전 재판부들과 달랐던 점이 작용했다고 본다. 특히 1월 판결문을 보면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전 국민을 상대로 만성 흡입독성시험이 행하여진 사건'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재판부의 시각이 여기에 그대로 담겨 있다."

ㅡ2월 판결이 국가 책임에 대한 원고 주장을 다 받아들인 건 아니다.

"이 소송에서 결정적 변수는 환경부 등 10여 개 부처의 잘잘못을 조사한 사참위 보고서였다.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화학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에 대해 환경부가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유독물이 아니다'라고 고시한 게 문제라는 내용이 보고서에 있다. 재판부가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결정적인 근거가 바로 그거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한 다수의 정부 책임 중 이것만 인정하고 다른 건 배척했다."

ㅡ국가 책임이 인정된다면 해당 기관의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방법은 3가지다. 첫 번째, 2월 판결에 대한 상고심에서 국가 책임이 더 많이 인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두 번째, 2012년과 2013년 무렵 피해자 300명 정도가 기업과 정부에 제기한 1심 소송이 아직도 진행 중인데, 여기서 더 많은 국가 책임이 인정되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정치적 해법이다. 국가 책임 문제에 대해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 각 부처의 잘잘못을 따지고 전·현직 장관들이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다음 기금을 만들어 배상금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풀어가는 게 필요하다.

사실 이 참사를 꾸준히 다루는 국회의원이 없다. 그래서 기대가 안 되지만 그래도 '국회가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법적으로 해결이 끝나기만 기다리게 하는 건 피해자에게 너무 힘든 일이다'라는 메시지를 정치권에 전달할 생각이다."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이상훈 선임기자]

 

ㅡ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적지 않다.

"작년 말까지 피해 신고자 7891명(사망자 1843명)인데 인정된 피해자는 5667명(사망자 1258명)이다. 초기보다 인정 범위가 넓어졌지만 피해 인정을 못 받은 사람이 2000명이 넘는다.

신고된 사례가 극히 일부라는 점도 큰 문제다. 사참위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 노출 인구 약 894만 명, 건강 피해자 약 95만 명, 사망자 2만 366명으로 추산된다. 즉 신고자(7891명)가 피해자 추산치(약 95만 명)의 1%도 안 된다.

전국적인 피해자 찾기를 하지 않고 신고 전화가 오기만 기다렸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게 말이 되나. 지금이라도 기간을 정해 관련 부처가 공동으로 피해자 찾기를 해야 한다."

ㅡ참사를 계기로 화학 물질 관리에서 생명을 우선하는 체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나.

"화학 물질 전반이 아니라 가습기 살균제에 국한해 말하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스프레이 형태 제품의 안전을 확실하게 챙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호흡 독성 안전 시험 의무화다.

스프레이 형태 제품은 유독 물질을 공중에 뿜어 호흡 독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그거였다. 그러니 스프레이 형태 제품만이라도 출시 전에 호흡 독성 안전 시험을 의무적으로 통과하게 하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유사한 사건은 막을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겪은 나라에서 당연히 의무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게 지금 없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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