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준 사람만 처벌 받는 정치인 쪼개기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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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준 사람만 처벌 받는 정치인 쪼개기 후원

전혁수
기사승인 : 2024-09-24 14:28:04
돈 받은 정치인은 문제 없는데, 정말 몰랐을까

'쪼개기 후원'이란 말이 있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명의로 나눠 정치인 후원 계좌에 돈을 보내는 것을 뜻한다.

 

1인당 500만 원으로 제한된 정치자금 한도 이상의 돈을 보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리거나 후원자 신분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120만 원 미만으로 돈을 쪼개어 보내는 것이다.

 

▲ 국회의사당. [뉴시스]

 

이러한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쪼개기 후원은 수사 기관에 적발돼도 대부분 후원금을 건넨 쪽만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불법 자금을 받은 정치인이 처벌 받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자도 여러 차례 쪼개기 후원 사건을 취재한 경험이 있지만 받은 쪽이 처벌 받는 건 보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불법 후원을 받은 정치인은 수사 기관에 후원 계좌에 입금된 자금이 불법 자금인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불법 후원을 한 측은 자청해서 한 일이라고 진술하기 때문이다.

 

수 년 전 한 단체의 횡령 사건에서 파생된 쪼개기 후원 사건을 취재할 때의 일이다. 이 단체 관계자 A씨는 모처에서 기자를 만나 정치인 여러 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공교롭게도 A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쪼개기 후원을 받은 정치인 중 한 명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A씨 전화기 사이로 "나는 괜찮은 거지"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통화가 끝난 후 A씨는 "저희가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넨 걸 문제 삼으시는 건 괜찮지만 정치인들은 모르는 것으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저희 정말 큰일난다"는 말도 함께였다.

 

이후 A씨를 비롯한 이 단체 관계자들은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처벌 받았으나 관련 정치인들은 '무사'했다.

 

또 한 정치인이 수백억 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B씨로부터 5000만 원을 쪼개기 후원 받은 사건을 취재한 일이 있었다. B씨는 가족, 지인 등 명의를 이용해 500만 원씩 10차례 이 정치인 후원 계좌에 돈을 넣었다.

 

B씨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법 처리 됐지만, 해당 정치인은 아무 처벌을 받지 않았다. B씨가 "그분을 존경해 순수 후원한 것"이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수 년 후 사기 혐의로 수감된 B씨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를 입수했다. B씨는 편지에 "해당 정치인 측으로부터 후원을 하면 OOOOO 예산을 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후원했고 이후 사업 협약도 체결했다"고 적었다.

 

물론 정치인들이 후원 계좌에 쪼개기 후원이 들어온 사실을 정말 몰랐을 수 있다. 불법 후원을 한 측이 정치인들을 감싸면 수사를 확대하기 부담스러운 수사 기관 입장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그간 사례들을 보면 찝찝함을 떨치기 어렵다. 과연 그들은 정말 몰랐을까?

 

▲ 전혁수 기자

 

KPI뉴스 /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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