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거야, 이균용 임명안 부결시켜…35년 만에 대법원장 공백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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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야, 이균용 임명안 부결시켜…35년 만에 대법원장 공백 사태

박지은
기사승인 : 2023-10-06 17:20:49
찬성 118 반대 175 기권 2…'부결 당론' 민주 주도
새후보 지명 등 두달 이상 예상…또 부결 가능성도
이재명, 尹과 대결구도…'부결 노림수' 다양한 관측
대통령실 "유감…국민 권리 인질 잡고 정치 투쟁"
與 "다수당 폭주, 국민심판"…野 "尹 불통인사 결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6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원내 과반인 168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부결 당론'을 정해 표결을 주도한 결과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한 건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이후 처음이다. 35년 만에 초유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재연된 것이다.

 

▲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발표하며 부결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 결과 재석 의원 295명 가운데 찬성 118명, 반대 175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통과를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반대표 숫자를 감안하면 민주당과 정의당(6명), 진보당(1명) 의원,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 거의 모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인사 문제를 당론으로 부결하긴 부담스러우니 자율 투표에 맡기자”는 입장이었지만, 당 지도부가 당론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도 부결 당론을 정했다. 국민의힘은 '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날 인준 부결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지난달 24일 이후 열흘 넘게 이어져온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대법원장 없이 대법원이 운영되는 건 1993년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김덕주 전 대법원장 이후 30년 만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한 빌딩을 나서며 “빨리 사법부가 안정을 찾아야 국민들이 재판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것”이라고 밝혔다.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서울 서초구 소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을 나서며 임명동의안 부결에 대한 취재진에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장 후보자를 새로 지명하는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한다.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 등 관련 절차를 마치려면 최소 두 달 가량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연내에 대법원장 자리를 채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 기간 재판 지장과 국민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진행이 어렵게 됐다.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에 대한 후임 제청 절차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새 대법원장 후보자가 인준될 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친명 체제 일색으로 탈바꿈하면서 대여 강경 기조로 일관하고 있다. '부결 당론'은 그 결과물이다. 그런 만큼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안 부결 사태가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가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워 정면대결하는 구도를 유지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위한 포석으로 이 대표가 '대법원장 인준 카드'를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연계하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사견을 전제로 “사법부 길들이기나 범죄혐의자에 대한 방탄 같은 민주당의 정치역학적인 전략적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명분 없는 이해타산 때문에 사법부가 혼란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국민이 피해보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여권 일각에선 이 대표가 대법원장 권한대행 체제를 의도적으로 연장해 친야 성향 대법관이 맡도록 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 2월까지 대법원 대행체제가 이어지면 민변 회장 출신 김선수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은 내년 1월 1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다. 이 두사람 다음 선임이 김 대법관이다.

 

김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으면 법관 인사가 편향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여권 고민의 일단이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사법부로까지 번지면서 내년 총선 때까지 정국 불안이 확산될 수 있는 셈이다. 여야는 임명안 부결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대통령실은 "반듯하고 실력 있는 법관을 부결시켜 초유의 사법부 장기 공백 상태를 초래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도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일방적 반대로 부결됐다"며 "그 피해자는 국민이고 따라서 이는 국민의 권리를 인질로 잡고 정치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앞에서 임명안 부결 관련 규탄대회를 갖고 민주당을 성토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임명에 결격사유가 없는 후보를 정치적인 진영 논리로 부결시킨 상황을 국민이 잘 지켜보셨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사로운 친구찾기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자초한 결과"라며 "윤 대통령은 사법부 수장의 품격에 걸맞은 인물을 발탁하라는 입법부 평가를 엄중히 받아들여라"고 촉구했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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