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해마다 개물림 환자 2000명…'순둥이' 취급하다 '범죄견'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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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개물림 환자 2000명…'순둥이' 취급하다 '범죄견' 만든다

장기현
기사승인 : 2019-04-22 16:57:26
대형견 목줄·입마개 의무화했어도 안전 곳곳 구멍
전문가들 "단속·처벌 앞서 견주의 인식 개선 먼저"

회사원 이한욱(29, 수원시 영통구) 씨는 최근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개를 산책시키던 견주와 경비원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목격했다.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목줄을 채워달라는 경비원의 요청에 견주는 "당신이 뭔데 남의 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간섭을 하느냐?"며 반발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이 씨의 머릿속에 최근 언론에 보도된 개 물림 사고들이 떠올랐다.


▲ 전문가들은 단속과 처벌에 앞서 개를 기르는 주인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셔터스톡]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에서 대형견 올드 잉글리쉬 쉽독이 30대 남성의 주요 부위를 물어 중상을 입힌 사고가 발생했다. 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대형견 주인은 경찰 조사에서 "우리 개는 순둥이라 사람을 공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루 전인 10일에는 경기도 안성의 한 요양원에서 1.4m 크기의 도사견이 개장 청소를 위해 문을 열어놓은 사이 빠져나와 60대 여성 입소자를 공격했다. 무방비 상태로 목을 비롯한 신체 곳곳을 물린 여성은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과다출혈로 숨졌다.

사망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지난 2월 23일에는 강원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실외 놀이터에 있던 진돗개가 4살 남자아이를 물어 50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혔다. 또 지난해 12월 부산에서는 60대 여성이 도로를 걷다 갑자기 달려든 진돗개에 다리를 물려 다치기도 했다.

5~10월 월 평균 226명으로 다른 달보다 18% 많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18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에 따르면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반려견 숫자는 507만 마리로 추정된다. 국민 10명 중 1명 이상이 개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반려견에 의한 개 물림 사고도 꾸준히 늘고 있다.

▲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19구급대가 이송한 전국 개 물림 환자는 모두 6883명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제공]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119구급대가 이송한 전국 개 물림 환자는 모두 6883명으로, △ 2016년 2111명 △ 2017년 2404명 △ 2018년 2368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은 5월부터 10월까지는 월 평균 226명이 개에게 물려 다른 달(평균 191명)보다 18%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 한 유명 음식점 대표가 이웃집 연예인이 기르던 프렌치 불도그에게 물려 숨진 사건을 계기로 대형견의 목줄·입마개 착용에 대한 법령 정비와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됐다. 


정부는 몸높이 40cm 이상 대형견에겐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고 목줄 길이도 2m 이내로 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반려견에 목줄을 채우지 않은 주민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일명 '개파라치' 제도의 도입도 논의된 바 있다.

사망 사고 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와 반려인들의 반대로, 결국 입마개 의무화는 맹견으로 분류된 5종(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 불 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에만 국한됐다. 


동물보호단체는 모든 대형견을 범죄견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며, 크기와 사나움이 비례하는 것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대형견들에게 장시간 입마개를 씌울 경우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잇따른 개 물림 사고로 인해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지난달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됐다. 맹견과 외출할 때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 같은 안전장치를 채우도록 하는 등 맹견 소유자의 주의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정이 강화됐다. 


이를 어길 경우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일반견의 목줄을 채우지 않았을 때 과태료가 20만 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맹견의 경우 행정처분 강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 지난해 1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동물권단체 '케어'가 기자회견을 열고 40cm 이상의 개에 대한 입마개 의무화에 반대하며 정부의 과도한 행정조치를 규탄하고 있다. [뉴시스]


또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아 사람을 다치게 한 견주에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사망 사고가 난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외국처럼 공공장소라도 입마개 씌워야"

전문가들은 단속과 처벌에 앞서 개를 기르는 주인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특별시수의사회 신준호 전무는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해 맹견을 지정하고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재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반려견으로 인해 이웃에게 주는 피해를 예방하려는 의식과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무는 "무엇보다도 '우리 강아지는 순해서 안 문다'는 식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에게는 한없이 순한 개도 환경이 바뀌면 주어지는 자극에 따라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견주들이 스스로 입마개를 씌우거나 목줄을 짧게 잡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한다"며 "최소한 공공장소에서 만이라도 견주들이 자신의 개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조심함으로써 사람과 반려견이 공존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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