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레미콘 노조 '내부 균열' 조짐…사측은 강경 기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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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노조 '내부 균열' 조짐…사측은 강경 기조로

설석용 기자
기사승인 : 2026-06-12 17:07:10
집행부 책임론·복귀 조합원 속출…노조 결속 흔들려
경기 남·북부 셈법 달라 내홍 …사측은 강경기조 선회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의 전면 휴업이 닷새를 넘기면서 노조의 내부 균열이 시작됐다.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8일 휴업에 돌입한 노조는 사측과의 1차 협상에서 타협안을 끌어냈지만, 조합원 투표에서 뒤집혔다. 그 후폭풍이 노조의 결속을 흔들고 있다. 집행부를 향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조합원들이 현장으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노조가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는 사이 사측은 강경 기조로 돌아섰다. 협상 초반 수세에 몰렸던 사측과 공세를 폈던 노조의 위치가 사실상 뒤바뀐 모양새다.

 

▲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동자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체결을 요구하며 집단 휴업에 돌입한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레미콘 업체 입구에 레미콘트럭들이 길게 세워져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지난 9일 노사는 밤 10시30분까지 장시간 협상을 벌인 끝에 연간 운송비 4200원 인상과 통합 교섭 방식 수용에 잠정 합의했다. 노조가 요구한 8000원과 사측이 제시한 2500원의 중간 지점이었다. 집행부로선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나 10일 치러진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68.3%가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용인·평택 권역 조합원들이 반발이 결정적이었다.

 

12일 노조 측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 1회당 평균 운송비는 현재 7만5800원이다. 4200원이 오르면 평균은 8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용인·평택 일부 권역은 기초 운송비가 7만 원 초반대다. 같은 폭으로 올려도 7만 원 중반에 그친다. 앞서 대전 지역의 협상 결과가 1회당 8만1000원으로 마무리된 것과 비교해 낮다. 이들의 반발은 예고된 것이었다.

 

한 조합원은 "투표 초반부터 용인·평택 조합원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며 "그쪽은 수도권 평균보다 기본 운송비가 많이 낮아 인상폭을 적용해도 만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기초 운송비 격차가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수도권은 2024년까지 14개 지부로 나뉜 권역별 교섭을 이어왔기 때문에 애초에 권역마다 운송비 기준선이 달랐다. 이 라인을 어떻게 맞추느냐는 노조가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처음부터 집행부가 이 조율을 완결하지 못한 채 협상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노조의 결속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수고용 형태인 운송기사들은 휴업 기간만큼 수입이 없다. 통상 2~4일 내 마무리되던 휴업이 닷새를 넘기자, 스스로 현장에 복귀하는 조합원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 실무자는 "경기 북부 권역을 포함해 여러 곳에서 복귀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어온다. 조합 내부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휴업은 길어지는데 레미콘 출하량은 오히려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남부와 북부의 셈법이 다른 것도 균열 배경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대형 일감이 집중된 남부 기사들은 휴업이 길어져도 밀린 물량이 보수로 돌아온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반면 일반 공사 현장 위주인 북부 기사들은 공정에 차질이 생기면 일감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서로 다르다.

 

노조가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는 사이, 사측의 태도는 달라졌다. 이날 오후 2시 재협상이 재개됐지만, 그 전까지 사측은 노조의 수차례 만남 요청에 '휴업 철회'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며 응하지 않았다. 건설현장 피해가 현실화되자 마지못해 대화에 나선 것이다.

 

다만 협상에 임하는 분위기는 처음과 정반대다. 휴업 첫날 사측은 노조의 요구대로 수도권 12개 권역 대표가 참여하는 통합 교섭 형태를 수용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은 사측이 '권역별 교섭'으로 되돌리자고 요구하고 있다. 협상 조건을 출발점으로 되돌린 셈이다.

 

현장에서는 "양측이 모두 강경한 입장이라 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감이 안 온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사이에 건설현장 피해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2일 기준 대형 건설사 22개사 105개 현장에서 레미콘 공급이 중단돼 약 10만㎥의 콘크리트 타설이 지연됐다. 사흘 전 집계(70개 현장·5만㎥)와 비교하면 피해 규모가 두 배로 늘었다. 협회는 휴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경우 실제 셧다운 현장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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