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데스크시각] '아파트 계급'이 일으킨 '집값 왜곡'·'영끌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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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아파트 계급'이 일으킨 '집값 왜곡'·'영끌 고통'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4-08-12 17:09:02
'어느 지역'·'어느 아파트'에 사느냐가 새로운 계급으로 떠올라
특정 지역 집값 상승 부추기고 '이생망'이 저출산 불러

로마 제국의 카라칼라 황제(서기 211~217년)는 모든 속주민에게 로마 시민권을 부여했다. 그 전까지 로마 사회는 로마 시민과 속주민을 엄격히 구분하고 속주민에게만 '속주세'란 명칭의 직접세를 부과했다.

 

그런데 그 구분이 사라져 모두가 평등한 로마 시민이 되었냐 하면 그렇진 않았다. 이후 일반 시민 계급은 '호네스타스'(존귀한 자)와 '후밀리우스'(비천한 자)로 나뉘었다. 공식적인 계급이 사라지자 재산, 지위 등을 기준으로 삼아 비공식적인 계급이 생겨난 것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입으로는 '평등'을 외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항상 계급을 나누려 하며 자신이 위에 올라서길 원한다. '평등'을 강조한 공산주의 사회에서조차 공산당 간부들은 다른 시민과 차별화된 지위와 특권을 누렸다. 조지 오웰의 명작 '동물농장'에 나온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하지만 어떤 동물은 보다 더 평등하다"는 구절은 이를 잘 묘사한다.

 

▲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 아파트 단지. [뉴시스]

 

우리나라에서 양반 계급은 '6·25'를 기점으로 사실상 폐지됐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연장자가 우위에 서는 걸 당연시하게 만들었던 '유교 윤리'도 점차 퇴색되고 있다.

 

그런데 '아파트 계급'이 새로운 계급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느 지역'의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로 계급을 나누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자가'와 '전세'를 가르고 일반 아파트와 임대아파트를 가른다. 인기 지역 신축 아파트 소유자는 으스대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부러움을 표한다. 주거가 과거 '부르주아'(성 안에 사는 사람)와 그 외 시민들을 나누는 성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임대 거지', '빌라 거지', '전세 거지' 등의 표현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잘 보여준다.

 

아파트 계급의 폐해는 크다. 우선 집값을 왜곡시키고 있다. 올들어 집값이 크게 올라 전고점을 뛰어넘은 곳도 여럿 나왔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판교, 분당 수도권 요지의 아파트값만 크게 뛰었다. 지방은 무척 부진하고 수도권 비인기지역 집값도 전고점과 거리가 멀다.

 

아파트 계급의 상위에 속하려고 무리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도 문제가 심각하다. 감당할 수 없는 대출로 집을 사 생활고에 허덕인다. 빚을 못 갚아 집을 경매에 넘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심지어 신혼부부들조차 인기 지역 신축 아파트에서 시작하려고 애를 쓴다. 작고 보잘것없는 집이나마 예쁘고 단란하게 꾸미고 사는 신혼부부는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조롱감으로 전락했다.

 

좋은 집을 구하지 못할 것 같으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치며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이는 합계출산율 0.6명대란 절망적인 숫자로 나타났다.

 

이제는 좀 생각을 바꿔야하지 않을까. 집은 투자자산이 아니라 삶을 위한 공간이다. 계급을 나누는 수단은 더더욱 아니다. 내 분수에 맞는 집에서 알뜰하게 사는 모습이 조롱감이 되는 게 아니라 존중받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 안재성 경제산업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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