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데스크시각] 당국·여당, 은행 탓 그만하고 솔직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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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당국·여당, 은행 탓 그만하고 솔직해져라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4-12-03 17:26:37
6월 말 은행 주담대 최저 2%대…지금보다 훨씬 낮아
"당국 가계대출 관리로 고금리…당국 지시하면 내릴 것"

정부와 여당이 대출금리 인하를 합창하며 은행을 압박했다. 집권 세력에겐 국민 부담을 더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먼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이자부담 경감효과를 체감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받았다. 한 대표는 최근 "은행의 과도하게 큰 예대마진과 그로 인한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대출금리 인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12일과 지난달 28일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은행 대출금리 하락폭은 너무 작다.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뉴시스] 

 

3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50~5.90%로 지난 9월 19일(연 3.61~6.01%) 대비 하단과 상단이 모두 0.11%포인트씩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하폭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9~6.69%에서 연 4.50~6.67%로 하단은 0.09%포인트, 상단은 0.02%포인트만 하락했다.

 

대출금리 인하폭이 작으니 예대금리차가 확대돼 은행 수익은 증가했지만 차주들은 울고 있다. 외견 상 은행이 한은 기준금리 인하분을 충분히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폭리를 취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 원장은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면은 우려스럽다"며 "향후 개별 은행별 유동성 상황, 여수신 금리 추이 등을 분석해 금리 반영 경로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은행이 폭리를 취하는 건 아닌지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알고 나면 헛웃음만 나온다. 지난 6월 21일 기준 5대 은행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2.95~5.59%,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74~6.73%였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 전임에도 모두 지금보다 훨씬 낮다. 당시엔 최저 연 2%대 금리로 주담대를 받을 수 있었다.

 

6월엔 차주들에게 상냥했던 은행이 갑자기 탐욕스럽게 변한 걸까. 그렇지 않다. 변한 건 금융당국의 태도였다. 2분기에 가계대출이 폭증하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떠오르자 금융당국은 은행에 엄격한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은행들은 7월부터 수차례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려면 금리를 올려 차주들의 이자부담을 늘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할수록 대출금리는 상승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금이라도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해도 좋으니 금리를 낮추라고 요구하면 은행들은 당장 내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자율적으로 정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특히 가산금리와 우대금리는 철저하게 금융당국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2월 신한은행이 가산금리를 인상했을 때는 금융당국이 태클을 걸었다. 금융당국의 위세에 눌린 신한은행은 2주 만에 가산금리 인상을 취소했다.

 

금융당국 입장은 이해한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니 내버려둘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윗선' 허락 없이는 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추지 못하는 걸 금융당국과 여당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의 높은 대출금리가 마치 은행의 탐욕 때문인 냥 지적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다.

 

차라리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가계부채가 염려돼 대출금리를 크게 인하할 순 없다고 밝히고 양해를 구해라. 그게 당장은 욕을 먹을지언정 장기적으로는 정부·여당에게도 도움이 되는 길이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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