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데스크시각] 韓美 관세협상 지금부터…축포보다 현명히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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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韓美 관세협상 지금부터…축포보다 현명히 대처해야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5-08-05 17:28:25
트럼프 고관세 정책 최대 피해자는 미국 시민들
오래 못 가…우리가 지불하는 건 최대한 뒤로 미뤄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우리 기업의 단기적 수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1500억 달러 조선 협력 프로젝트와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는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진출 계획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양국 국기와 함께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마스가·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글귀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소개했다. 그는 "조선 협력이 협상 타결을 이끌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지금이 후일담을 알리며 축포를 쏠 때인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1000억 달러 에너지 구매를 포함해 총 4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구매 패키지를 앞세워 상호 관세율을 15%로 낮췄다고 하지만 구두 합의만 했을 뿐이다.

 

앞으로 공식 합의문을 작성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조만간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미국 측이 여러 경로로 디테일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높다.

 

우선 쌀과 소고기를 두고 추가 개방이 없었다는 우리 정부와 달리 미국 측은 "한국이 관련 시장을 완전히 개방했다"고 주장한다. 방위비 분담금, 구글 정밀지도 반출, 온라인플랫폼법 등 여러 '비관세 장벽' 철폐를 미국이 압박할 수 있다.

 

미리 샴페인을 터뜨리며 국내 홍보에 열올리기보다 앞으로의 대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세부 전략을 다듬으며 철저하게 준비해야할 때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뉴시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견지하는 고관세 정책으로 우리가 괴로운 만큼 미국도 괴롭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관세는 명목상 외국에 부과하는 세금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수입업체가 납부하고 이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해외 수출업체가 부담한 관세는 전체의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떠안았다.

 

월마트, 프록터앤갬블, 포드, 베스트바이, 아디다스, 나이키, 마텔, 스탠리블랙앤데커 등은 이미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에 나섰다.

 

배리 애플턴 뉴욕 로스쿨 국제법센터 공동소장은 "운동화, 가방, 가전제품, TV, 전자기기, 게임기 등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제품 가격이 모두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올해 초 2.5%에서 현재 18.3%로 뛰면서 가구당 연간 24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앨런 울프 전 세계무역기구(WTO) 부사무총장은 "이번 관세 전쟁의 가장 큰 패자는 미국 소비자"라고 지적했다.

 

고용도 둔화 추세다. 미국 노동부는 최근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 증가폭(전월 대비)을 기존 14만40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6월은 14만7000명에서 1만4000명으로 대폭 수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 6월 고용지표를 내밀며 "관세가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사실에 기반한 왜곡임이 드러났다. 7월 신규 고용도 7만3000명 늘어나는데 그쳐 시장 예상치(10만 명)를 밑돌았다.

 

과거 미국 정부들이 관세를 부과할 줄 몰라서 안한 게 아니다. 미국도 스태그플레이션(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는 오르는 현사)에 빠질 걸 우려해 포기한 것이다.

 

내년에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패하기 싫으면 자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고관세 정책을 오래 지속하기 어렵다.

 

정부는 상호 관세율 15%는 지키되 대가로 내주는 걸 최대한 뒤로 미루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고관세 정책이 결국 꺾일 수밖에 없다면 큰 비용을 선제적으로 지불할 필요는 없다.

 

▲ 안재성 경제 에디터.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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