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절반', 순환 테마 '절반'…변동성은 기회로 활용"
"시장 빠르게 순환…잘 짜인 ETF 한두 개가 더 든든하다"
ETF(상장지수펀드) 성장세가 무섭다. 시장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섰다. ETF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수단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편에서는 과열 논쟁도 벌어진다. 지금 들어가도 되는 건가. 기다려야 하는 구간인가.
최창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리서치본부장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흐름을 놓치지 않는 투자가 필요한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최 본부장은 "AI 인프라를 포트폴리오의 절반 정도 채워두고, 나머지 절반은 빠르게 순환하는 테마를 따라가는 전략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최 본부장은 국내 손꼽히는 ETF 전문가다. ETF 상품 기획부터 시장 진단, 투자 전략까지 ETF 생태계 전반을 다뤄온 인물이다. 최 본부장은 27일 KPI뉴스·kbc광주방송·강관우의 의식주주 3자 콜라보 유튜브 방송 '뉴스는 돈이다-뉴돈'에 출연해 ETF 시장을 분석하고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ETF(Exchange Traded Fund)란 '여러 주식을 한 바구니에 담아 주식처럼 매매하는 펀드'를 말한다. 거래비용이 펀드(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 전문가가 대신 운용해주는 집합투자 상품)에 비해 훨씬 낮다.
"ETF의 본질은 장기 보유"
최 본부장은 최근 회자되는 'ETF 400조' 수치부터 정정했다. "ETF에는 순자산가치(NAV)가 따로 있고, 설정좌수가 따로 있다"며 "400조라는 숫자는 아직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 합산으로 부풀려진 통계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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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창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리서치본부장이 27일 KPI뉴스·KBC광주방송·강관우의 의식주주 3자 콜라보 유튜브 방송 '뉴스는 돈이다-뉴돈'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KPI뉴스 유튜브 캡처] |
그는 ETF가 대세가 된 배경부터 짚었다. 과거 펀드 시장은 직접운용과 간접운용으로 나뉘어 있었지만,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간접운용을 주로 택해왔다. 문제는 "운용 보수가 장기 투자 수익을 갉아먹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인덱스펀드, 그리고 인덱스펀드를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ETF다.
최 본부장은 "ETF의 본질은 장기 보유에 있다"고 말했다. ETF는 시가총액 방식으로 종목을 담기 때문에 잘 나가는 종목 비중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구조다. 분산투자 효과가 있는 데다, 성장 산업을 한 바구니에 담아 동시 투자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최근 ETF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전력기기 3사 주가가 너무 올라 개별 종목을 사기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이 ETF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너무 빠르게 순환한다"
최 본부장이 가장 먼저 짚은 시장의 특징은 '빠른 순환'이다. "오늘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올랐다가, 지난주에는 우주가 올랐다가, 이번 주는 바이오가 오르고 있다"며 "옆에 있는 섹터로 너무나 빠르게 순환이 일어나는 게 지금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ETF 운용사 입장에서도 딜레마다. 반도체 ETF는 이미 시장에 충분히 출시돼 있고, "AI 말고 다른 ETF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시장은 휴머노이드, 우주, 바이오, 조선, 방산 사이를 오간다. 새로운 테마를 발굴하는 동시에 기존 핵심 테마도 놓칠 수 없는 구조다.
그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반반 전략'을 제시했다. AI 관련 반도체와 하드웨어 등 핵심 인프라 ETF로 절반을 채우고, 우주·바이오·조선·방산처럼 빠르게 순환하는 테마를 따라가는 ETF로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 방식이다. "AI 관련 주가가 가장 우선이고, 이걸 빼놓고는 지금 시장을 설명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모든 상승 동력은 AI에서 출발한다"
최 본부장이 가장 힘주어 말한 키워드는 'AI'였다. 그는 AI에서 시작된 상승 사슬이 어떻게 다른 산업까지 이어지는지를 단계별로 풀어냈다. AI 에이전트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데이터센터가 모자라고, 데이터센터가 모자라니 전력기기가 모자라며, 전력기기가 부족하니 발전소가 모자라고, 가스 발전소를 짓자니 천연가스가 부족해진다. 이는 다시 LNG 운반선 등 조선업 발주로 연결된다.
"모든 주가 상승 동력은 AI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칩 부족(쇼티지)도 여전하다. 메모리, 낸드, 파운드리 모두 공급 부족 상태다. 최 본부장은 "효성중공업이 받은 7천억 원 규모 수주의 납기일이 2031년"이라며 "풀 캐파(Full Capacity)로 돌려도 납기가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지 않는다고 본다. "3~4년의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하향 추세로 전환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우주 ETF, 진검승부는 스페이스X 상장 이후"
요즘 가장 뜨거운 테마 중 하나는 우주다. 아르테미스 2호 발사가 기폭제 역할을 했고, 스페이스X 상장이라는 호재까지 겹쳤다. 국내에 상장된 우주 관련 ETF만 9개에 이른다.
다만 최 본부장은 "우주는 아직 산업이라고 부르기에는 모자란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우주 산업을 두 시대로 구분했다. NASA와 정부가 주도했던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 기업이 발사체와 위성 서비스를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발사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싸게 쏘아 올리느냐(업스트림), 그리고 그 위성을 통해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하느냐(다운스트림)가 핵심이다.
문제는 부가가치 창출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만 먼저 뛴 ETF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ETF는 우주 관련 기업이 아닌데도 단지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글, 테슬라까지 편입해두고 있다. "스페이스X가 상장하면 늦어도 사흘 안에 ETF에 편입된다"며 "그때부터가 진검승부"라고 그는 말했다. 5월쯤 IPO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편입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반도체 ETF, 지금 들어가도 늦지 않다"
ETF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테마는 단연 반도체다.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 ETF는 10일 만에 1억 달러를 넘는 자금이 들어올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샌디스크 등이 핵심 편입 종목이다.
과열 논란도 만만치 않다. 최 본부장은 "하루에 백만 번씩 되새기는 질문이 '지금 들어가도 괜찮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분명하다. "반도체, 지금 사도 늦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가 드는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칩 부족은 여전하다. 메모리, 낸드, 파운드리 모두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태다. 둘째, ETF로 들어오는 수급 여력이 충분히 남아 있다. 5월 말에는 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가 상장 예정이고,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그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관련 주가가 50% 이상 올랐는데도 수급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악순환 구조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했다.
"왝더독 두려워 말고 변동성을 활용하라"
최 본부장은 최근 시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에 대해서도 짚었다. 꼬리(파생상품)가 몸통(주식)을 흔드는 현상이다. 삼성전자처럼 선물 유동성이 풍부한 종목은 영향이 적지만, SK하이닉스처럼 선물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종목에서는 ETF·선물이 현물 주가를 흔들 수 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베타가 2 안팎까지 치솟는 상황을 사례로 들며 "산업 구조가 IT·반도체에 집중된 데다 관련 파생상품과 ETF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 변동성을 두려워하기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레버리지 ETF에 대해서는 "고수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배짜리 주식이나 ETF는 변동성이 와도 버틸 수 있지만,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으면 원위치하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인버스 ETF는 헷지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유용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우선주 + 반도체 ETF, 가장 단순한 조합"
개인 투자자가 어떤 비중으로 ETF를 담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의외로 단순한 답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보유하고, 그 다음에 반도체 ETF를 보유하라"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주는 배당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하고, 반도체 ETF는 산업 전체의 흐름을 보충해줄 수 있다. "같은 것을 두 개로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며 "개별 주식과 같은 테마 ETF를 병행해서 들고 있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흐름을 놓치지 않는 슬기로운 투자생활이 핵심"
결국 최 본부장이 강조하는 ETF 투자의 핵심은 단순하다. AI 인프라 관련 ETF로 포트폴리오의 절반을 채우고, 나머지 절반은 빠르게 순환하는 테마를 따라가라는 것이다. 변동성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활용할 대상이다. 레버리지·인버스·커버드콜 같은 파생형 ETF는 그 특성을 정확히 이해한 뒤에 접근해야 한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ETF를 매매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시장은 항상 오르막길만 있지도, 내리막길만 있지도 않다.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호흡대로 가는 '슬기로운 투자생활'이 필요한 구간이라는 말이었다. 끝으로 최 본부장은 "지금처럼 시장이 빠르게 순환할수록, 잘 짜인 ETF 한두 개가 개별 종목 여러 개보다 든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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