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가스요금의 이면①] 도매가격 같은데, 우리동네 요금 더 비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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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요금의 이면①] 도매가격 같은데, 우리동네 요금 더 비싼 이유

유충현 기자   한상진 기자   배지수 기자
기사승인 : 2026-06-02 18:08:00
사실상 기한 없는 독점체계…마진 최대 2.8배 차이
"요금 결정 과정 소비자에게 열려 있지 않은 구조"

도시가스는 생활 필수품이다. 현대인의 일상을 떠받치는 공공 인프라다. 그런데 고지서 요금의 이면을 속속들이 아는 이는 많지 않다. KPI뉴스가 가스 요금이 어떻게 결정되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추적했다.

전국에서 쓰는 도시가스는 모두 같다. 한국가스공사가 외국에서 수입해 전국 배관망으로 보내는 천연가스다. 작년 말 기준 도매가격은 1메가줄(MJ)당 20.85원으로 전국이 동일하다.

 

그런데 소매요금은 다르다.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전국 동일한 도매가격과, 각 지역 도시가스 회사가 거둬들이는 소매공급비용으로 나뉜다. 소매공급비용은 33개 도시가스 회사가 각자 산정해 해당 지역 시·도지사의 승인을 받는다. 지역마다 요금이 다른 이유다.

 

일례로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마포구 주민이 낸 주택용 소매요금은 1메가줄당 22.33원이다. 동일한 가스를 쓰는 강원도 속초 주민은 25.03원을 낸다. 도매가격을 빼면 마포 공급사의 몫은 1.48원, 속초는 4.18원이다. 소매요금에서 도매요금을 뺀 '마진'이 지역에 따라 2.8배 차이다.


▲ 지난해 말 기준 각 지역별 도시가스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주택용) 격차. [한국도시가스공사, 한국도시가스협회]

 

2일 KPI뉴스가 지난해 말 전국 도시가스 소매요금와 도매가격의 차이를 살펴본 결과, 제주가 1메가줄당 6.21원으로 마진이 가장 높았고 강원 영동 4.18원, 경남 진주 3.89원, 세종 3.41원, 대전 3.11원 순이었다. 서울 1.48원, 경기 1.72원, 울산 1.94원은 비교적 낮았다. 

음식점·자영업자가 내는 일반용은 주택용보다 마진이 더 높다. 경남 진주(지에스이)의 일반용 마진은 5.66원으로, 같은 회사 주택용(3.89원)보다 45% 높다.

지역별 격차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배관망이 촘촘할수록 단위당 비용이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진상현 경북대 행정대학원장은 "배관 투자 규모, 공급 밀도, 지형 조건이 지역마다 달라 요금 격차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격차가 불가피하다는 것과, 마진 수준이 합리적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가스공사의 도매가격은 2024년 8월 이후 22개월째 동결이다. 그런데 그 사이 경남 진주(지에스이)의 주택용 마진은 2023년 3.15원에서 2025년 3.89원으로 23.5%(0.74원) 올랐다. 세종(중부)은 0.70원, 대구(대성에너지)는 0.41원 상승했다. 일반용 상승폭은 더 크다. 경남 진주(지에스이)는 같은 기간 1.26원, 세종(중부)은 1.24원 뛰었다. 반면 인천도시가스는 주택용·일반용 모두 3년째 동결이었다. 같은 원료를 쓰는데 어떤 지역은 마진을 올리고 어떤 지역은 동결했다.

요금이 지역별로 들쑥날쑥한 것은 각 소매사업자가 스스로 요금 수준을 어느 정도 정하는 구조가 작용한다. 도시가스 소매공급비용은 회사가 지출한 비용에 적정 이윤을 얹어 결정하는 '총괄원가 방식'으로 산정한다. 비용을 많이 쓸수록 요금 인상의 근거가 커지는 구조다. 회계법인의 검토를 거치긴 하지만 가스사가 제출한 자료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스사업자가 과도한 비용을 요금으로 전가해도, 소비자가 이를 알 수도 없고, 그러니 교정할 방법도 마땅찮다. 전국 33개 도시가스 회사는 각자 자신의 구역 안에서 독점공급 시스템이다. 사업권에는 이렇다 할 유효 기간도 없다. 도시가스사업법에는 허가 기간 만료나 주기적 재평가에 관한 조항이 없어, 한 번 허가받으면 취소 사유가 없는 한 사업권은 계속 유지된다.

해외는 우리와 달리 사업권 재평가 체계를 두고 있다. 영국 Ofgem은 5년마다 가스 배급 사업자의 수익 한도를 독립적으로 재설정한다. 사업자는 투자 계획과 비용 근거를 제출하고 공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성과 미달 시 패널티를 받도록 정해두고 있다. 호주 에너지규제청(AER)도 비슷하다. 5년 단위로 사업자가 청구할 수 있는 최대 수익을 공개 심사로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가 도시가스 공급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고 지적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도시가스 요금 결정 과정이 소비자에게 열려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현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용을 기준으로 보상해주는 구조이다 보니 비용 절감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며 "적정투자보수 산정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공공재원으로 조성된 자산까지 민간 수익 산정의 기반이 되는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한상진·배지수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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