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비상계엄 시기'보다 더 떨어진 원화값…미래도 '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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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시기'보다 더 떨어진 원화값…미래도 '우울'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5-09-26 17:45:29
韓美 관세협상 불확실성·美 경제 호조 영향
환율 하락 요인 별로 없어…"1420원 넘을 수도"

한미 관세협상 불투명성 등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특히 원화 가치는 지난해 12월 갑작스레 비상계엄이 선포된 정국 불안의 시기보다 더 떨어져 우려를 자아낸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1.8원 급등한 1412.4원을 기록했다. 지난 5월 15일(1412.1원) 이후 약 4개월 만의 최고치다.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와 증권시장 호조세 덕에 지난 6월 말 1350원대로 내려갔던 환율은 관세협상 변수가 불거지면서 7월 1300원대 후반으로 반등했다. 한미 정상회담(8월25일)을 통해 관세협상이 타결됐다던 8월과 9월엔 1400원 선을 넘나들었다. 그러다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1410원 선까지 뚫었다.

 

심각한 대목은 '12·3 계엄' 직후보다 원화 가치가 더 하락했다는 점이다. 작년 12월 4일 원·달러 환율은 1410.10원이었다.

 

얼핏 격차가 별로 없어 보이나 그 때와 지금은 달러화 가치가 다르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크로나·스위스프랑)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해 12월 3일(현지시간) 기준 106.37이었다. 25일(현지시간) 달러 인덱스는 98.50이다.

 

즉, 당시에 비해 현재 달러화 가치는 7.4% 떨어졌다. 그럼에도 환율이 엇비슷하니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시스]

 

최근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내려간 주 원인으로는 한미 관세협상 불투명성이 꼽힌다. 양국은 지난 8월 관세협상 결과 기본적인 부분에선 합의를 이뤘다. 미국이 한국에 부과 중인 상호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세부 사항에서 이견이 크다.

 

미국 정부는 대미 투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한 뒤 해당 펀드에 한국 정부가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송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3500억 달러는 한국 외환보유고의 80%를 넘는다. IMF 사태를 겪었던 우리로선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상당해 현금 지급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한국 정부는 대신 대출과 보증으로 투자금을 조달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미국은 퇴짜를 놓으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 3500억 달러는 선불"이라며 현금 요구를 분명히 했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으니 한국이 미국에 물어야할 상호 관세율은 15%가 아니라 여전히 25%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상호 관세율이 15%로 내려간 것과 대비된다. 정부는 8월 당시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자축하며 15% 적용을 기정사실화했으나 한달만에 '기본 합의'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관세협상을 둘러싼 불안감이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가 높게 유지되는 점도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협상 난항 우려 탓에 환율이 1410원대로 뛰어 올랐다"고 진단했다.

 

이날 달러 인덱스는 전일 대비 0.68% 오르며 2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점도 환율에 상방 압력을 가했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상무부 집계)이 연율 3.8%로 시장 전망치(3.3%)를 상회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올랐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며 "더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연구원도 "대미 관세협상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적으로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1410원 선을 넘기며 환율 상승을 점치는 심리가 더 강해질 것"이라며 "1420원 선 돌파 가능성을 테스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단기적으로 1420원 선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강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환율 인하를 점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며 "결국 중장기적으론 달러화 가치가 하락해 환율도 1400원 선 아래로 다시 내려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제 펀더멘탈을 고려할 때 1370원 정도가 적정 환율"이라며 "관세협상 우려도 점차 잦아들어 중장기적으로 환율은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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