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을 환적 허브로 아시아·러시아 연결… 전쟁 후 극동 물동량 27% 급증 맞물려
글로벌 선사 이탈 틈새 공략해 실적 올렸지만… 서방 감시망 속 통상 리스크 '부담'
로이드리스트, 두 선사 합산 비중 보도…컨테이너 수송 공간 기준
블라디보스토크, 올해 1~9월 120만 TEU 이상 처리
장금상선, 부산과 중국·베트남 잇는 러시아 극동 노선
국내 중견 해운사 장금상선(시노코)이 스위스 MSC와 함께 러시아 최대 컨테이너 관문인 블라디보스토크항 정기 선복량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로 글로벌 선사들이 잇따라 러시아 항로를 끊은 터다.
장금상선이 러시아 교역의 중심축이 극동으로 이동한 틈새를 파고들어 실적을 올리고 있는 셈인데, 서방의 제재 감시망이 촘촘해지는 상황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드리스트(Lloyd's List)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취항하는 정기 컨테이너선 선복량(화물 적재 공간) 가운데 장금상선과 세계 1위 선사인 스위스 MSC의 합산 비중이 40%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전쟁 이후 발트해 등 러시아 서부 항만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러시아 전체 해상 교역의 최대 요충지로 떠올랐다. 해운시장 분석업체 다이나마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블라디보스토크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2022년 대비 27% 급증했다. 올해 1~9월에도 120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금상선은 이 과정에서 '부산항'을 아시아 제조 기지와 러시아 극동을 잇는 핵심 환적 거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해운 전문지 로드스타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기존 상하이–부산–블라디보스토크 노선에 더해 베트남 하이퐁, 중국 셰커우(蛇口)·샤먼(廈門)과 부산을 잇는 피더망(중소형 선박으로 중소 항만의 화물을 대형 거점 항만으로 실어 나르는 지선 운송망)을 촘촘히 엮었다.
현재 러시아행 정기 노선에만 선박 7척, 총 1만1000 TEU 규모의 수송 능력을 투입 중이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생산된 화물이 부산항을 거쳐 러시아로 들어가는 공급망의 중추를 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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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금상선 물류 현장. '시노코'(SINOKOR)는 장금상선 영문이름이다. [장금상선 제공] |
해운업계에서는 머스크, CMA-CGM 등 글로벌 메이저 선사들이 일제히 철수한 빈자리를 장금상선이 특유의 기동성으로 선점해 높은 운임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독점적 지위 이면에는 적지 않은 통상·외교적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비록 운송 화물이 제재 품목이 아닌 식료품, 생필품, 일반 소비재 중심이라 할지라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러 우회 수출 및 제3국 물류망에 대한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 감시망을 전방위로 좁히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장금상선 등 현지 운항 선사들은 국제법과 제재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준수하며 민간 소비재 위주로 운항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 항만 선복량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서방 당국의 요주의 관찰 대상이 될 수 있어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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