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유치가 전부 아냐…'문화 생산 도시'로 성장할 계기 마련해야"
피카소·마티스 품은 퐁피두 한화 개관…서울의 글로벌 문화허브 실험 시작
유럽 미술계의 심장으로 불리는 프랑스 파리의 '현대미술 성지' 국립 퐁피두센터가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화그룹과 손잡고 서울에 상륙했다. 이름은 '퐁피두센터 한화'다. 6월4일 서울 여의도 63빌당에서 문을 연다. 스페인 말라가, 중국 상하이에 이은 세 번째 퐁피두 분관이다. 퐁피두센터는 루브르·오르세와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미술관이다.
국내외 미술계에서는 이번 론칭을 두고 서울이 국제 미술계 핵심 거점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한다. 퐁피두 론칭 이전에도 서울은 최근 세계 미술계에서 급격히 존재감을 키워왔다. 세계 4대 아트페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프리즈 서울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페이스 갤러리·타데우스 로팍·화이트 큐브 같은 세계적 메가 갤러리들도 잇달아 서울에 공간을 마련했다. 이는 글로벌 미술시장이 한국 컬렉터의 구매력과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서울은 이미 '돈 되는 미술시장'으로 인정받았다는 이야기다.
| ▲ 크리스티앙 브리앙(왼쪽) 퐁피두센터 큐레이터가 1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하지만 이번 퐁피두의 서울 진출은 결이 다르다. 기존 해외 갤러리들의 진출이 시장성과 구매력을 겨냥한 상업적 접근이었다면, 퐁피두의 선택은 한국 미술계 자체를 글로벌 문화 네트워크 안의 핵심 축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해석에 가깝다. 퐁피두는 작품 판매를 우선하는 상업 갤러리가 아니라 연구·보존·교육·아카이브 기능을 수행하는 프랑스의 대표 공공문화기관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퐁피두가 해외 거점을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서울 진출은 국제 미술계가 한국의 문화적 위상을 이전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번 서울 진출은 스페인 말라가, 중국 상하이에 이은 세계 세 번째 해외 거점이다.
센터 퐁피두의 역사 역시 단순한 '유명 미술관의 탄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퐁피두는 1960~70년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던 현대미술 흐름 속에서 "파리를 다시 문화 수도로 만들겠다"는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구상에서 출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1977년 파리 보부르 지역에서 문을 열었지만 개관 당시 반응은 충격에 가까웠다. 건물 외부로 드러난 철골과 환기 배관, 에스컬레이터는 전통을 중시하던 프랑스 사회에서 "정유공장 같다", "괴물 같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퐁피두는 에펠탑이 과거의 파리를 상징하듯 현대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 건축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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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는 외관만큼이나 운영 철학에서도 파격적이었다. 무료 공공도서관과 광장을 함께 운영하며 학생·노숙인·거리 예술가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공간을 지향했다. 퐁피두 앞 광장이 유럽 스트리트 퍼포먼스 문화의 상징적 장소가 된 이유다. 기존 엘리트 중심 미술관과 달리 현대예술을 대중 속으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퐁피두가 유럽 현대미술의 철학과 담론을 정리한 기관으로 평가받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소장품도 압도적이다.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조르주 브라크, 마르셀 뒤샹, 바실리 칸딘스키,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등 20세기 현대미술사의 흐름을 대표하는 작품들이 대거 소장돼 있다. 특히 마르셀 뒤샹의 실험미술과 큐비즘 컬렉션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다.
물론 퐁피두의 서울 진출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 유명 기관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국내 미술계 고유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퐁피두라는 브랜드만 소비될 경우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경란 국제커미셔너는 KPI뉴스에 "퐁피두의 서울 진출 자체가 중요한 사건인 것은 분명하지만 해외 유명 기관을 유치하는 것만으로 문화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이번 퐁피두 론칭을 계기로 한국 작가와 국내 미술 생태계를 어떻게 세계와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성장시킬 수 있느냐라는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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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퐁피두센터 한화의 개관전 타이틀은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The Cubists: Inventing Modern Vision)'이다. 전시는 오는 6월 4~10월 4일까지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지하 1층~지상 3층)에서 열린다. 전시에는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 페르낭 레제, 후안 그리스 등 큐비즘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 90여 점이 소개된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피카소의 대형 발레 무대막 작품도 핵심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전시는 한국·프랑스 공동 큐레이터십 방식으로 기획됐다. 특별 섹션인 'KOREA FOCUS'에서는 김환기·유영국·박래현·이수억 등 한국 근대미술 선구자들의 작품을 통해 20세기 초 서구 아방가르드가 한국적 현실과 감각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변주됐는지를 조명한다.
퐁피두센터 한화는 향후 4년간 퐁피두 소장품 기반 기획전을 연 2회씩 이어갈 계획이다.
KPI뉴스 / 제이슨임 문화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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