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박승 "분양가 상한제, 최악의 정책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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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분양가 상한제, 최악의 정책 될 수 있다"

류순열 기자
기사승인 : 2019-12-09 17:00:32
본지 인터뷰서 "저금리 상황서 일단 보유세 강화로 집값 다스려야"
"고가 아파트에 대한 서민 장기임대주택 건설기여금 입찰제" 강력 제안
대한민국 아파트는 미스터리다.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기고 소비자물가는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데, 아파트 가격만은 예외다. 어떻게 된 게 잡으려고 하면 더 뛴다.

"빚 내서 집 사라"던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사는 집 말고는 팔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집값은 훨씬 더 뛰었다. 상승률이 박근혜 정부 4년간 10.2%인데, 문재인 정부 2년간 20%다. 기간 대비로 하면 상승 속도가 네 배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도 꺼내들었지만 서울 집값은 계속 뜀박질이다. 이 무슨 역설인가. 박근혜 정부 부동산 부양 정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모습에 '부동산불패신화'는 더 강화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노태우 정부 시절 건설부 장관을 지낸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 정책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함께 정책적 해법을 제안했다. 박 전 총재는 9일 U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잘못하면 최악의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물량은 줄고, 분양받는 사람은 초과이익을 먹는 로또 아파트가 된다. 투기에 불을 지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전 총재는 "저금리 환경에서 집값은 일단 세금으로 다스려야 한다"면서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종부세(종합부동산세) 폭탄 어쩌고 하는데,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5분의 1밖에 안된다.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 총재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서민 장기임대주택 건설 기여금 입찰제' 시행을 강력히 제안했다. "고가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사람은 일정액을 서민을 위해 좀 쓰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 전 총재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 투기 수요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얼마전 정책 당국자에게도 제안했다"고 말했다.

▲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박근혜 정부 시절 "빚 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중심 단기부양책은 독 묻은 부메랑이 되어 한국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일찍이 박 전 총재는 인위적 집값 부양에 대해 "후손들의 소득을 빼앗아오는 짓이며 국가 불행을 키우는 일"이라고 걱정했다. 그 우려는 엄연한 현실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서울 아파트값이 계속 뛴다

"환경이 아주 안좋지. 저금리 때문에 돈이 갈 데가 없다. 늘 얘기하지만 집을 이재수단으로 삼지 못하게 해야 하는데, 여러 금융을 죄는 것도 있지만 저금리 환경에선 일단 세금으로 다스려야 한다. 그런데 지금 종부세, 이거 갖고 폭탄 어쩌고 이러는데, 말이 되나. 보유세는 선진 외국에 비해 5분의 1밖에 안된다.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올려야 한다. 비싼집 가지면 은퇴자든 아니든 비싼 세금 내는 걸 사회규범으로 해야 한다."

ㅡ분양가 상한제에도 서울 집값은 잡히지 않는데

"내 생각은, 이거 잘못하면 최악의 정책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지금 투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고가 아파트다. 고가 아파트엔 초과이윤이 발생한다. 원가를 초과하는 폭리가 나온다. 문제는 초과이익을 누가 먹느냐다.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지금은 건설업자와 지주(집주인)가 먹는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를 하면 초과이익이 나지 못하게 통제 하는 거 아니냐. 그러면 초과이익을 입주자가 먹는다. 최악의 선택이다. 건설업자와 지주가 먹으면 공급 물량이라도 느는데, 입주자 몫이 되면 로또가 된다. 투기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분양만 받으면 큰 이익을 보니, 투기에 불이 붙는다."

ㅡ그럼 초과이익을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바람직한 것은 초과이익을 사회가 먹는 것이다."

ㅡ그렇게 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고가 아파트에 대한 서민 장기임대주택 건설 기여금 입찰제를 시행하라는 거다. 고가 아파트를 사는 사람은 일정액을 서민을 위한 주택건설자금으로 기부하라는 얘기다. 좋은 집 사는 대신 없는 사람들을 위해 좀 쓰라는 거지. 아파트가 뭐, 한 채에 20억? 30억? 투기 수요가 확 줄 것이다. 지금 많은 이들이 살기 위해서 분양받으려는 게 아니라 차익 노리고 하는 거 아닌가. 강력하게 건의하더라고 써라."

ㅡ정부에 제안을 하시는 게 어떤가

"얼마전 정책 당국자에게 얘기는 했다. 초과이익이 사회에 좀 돌아가도록 건설기여금 입찰제를 도입하라고. 분양가 9억 원 이상 아파트는 의무적으로 그 제도를 시행토록 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정책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얘기다. 얼마나 공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제도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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