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피부색 넘겠다"는 아동 프로에 불편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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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피부색 넘겠다"는 아동 프로에 불편한 시선

양동훈
기사승인 : 2020-01-21 10:21:26
다문화 표방하며 백인 어린이 일색
시청률 급급해 사회 관용성 해칠라
아이들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뿐이다. 아이들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어른들의 편견은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마저 비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MBC의 새 예능, '유아더월드' 얘기다.

19일에 첫 방송을 한 MBC 파일럿 예능 '유아더월드'에는 다양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등장한다. 애초에 콘셉트를 '글로벌 아이들의 유아 예능'으로 잡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 설날 맞이 큰절을 준비하고 있는 유아더월드 출연자 어린이들 [MBC 방송 캡처]

방송을 보고 있으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발랄하게 뛰노는 장면인데도 왠지 모를 위화감이 든다. 이 위화감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확인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8명 모두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 벨라루스, 캐나다, 영국, 터키, 멕시코, 뉴질랜드, 카메룬. 한국 아버지를 제외하고 보면 유럽 3, 북중미 2, 오세아니아 1, 아프리카 1이다. 굳이 인종으로 분류하자면 백인 6에 흑인 1이다. 이 수치가 왜 어색한지는 통계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2018년 우리나라의 국적별 결혼이민자 통계를 보면, 출연 아동들의 아빠 국적은 모두 10위 밖이다. 캐나다가 겨우 11위를 기록했다. 이 통계에서 상위 6개국은 순서대로 중국(한국계 포함), 베트남, 일본,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으로 모두 아시아 국가다. 6개국 출신의 결혼이민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만 85%를 넘는다. 전체 결혼이민자의 대다수에 해당하는 아시아 다문화 가정 출신 아동들은 '유아더월드'에서 보이지 않는다.

'유아더월드' 관련 기사들에 달린 댓글에서도 불편한 시선이 느껴진다. "동남아 아이들은 이번에도 없구나" "백인 아이들만 모아놓고 구색맞추기로 흑인 아이 하나 끼워 넣은 구성" "서구형 외모 위주로 뽑힌 아이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방송"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아동을 내세운 육아 예능 프로그램 중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여전히 인기다. 이 프로에서 다문화 가정인 샘 해밍턴의 아들들인 윌리엄, 벤틀리와 박주호의 자녀 나은, 건후가 흥행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백인 다문화 아이들이 인기를 끄는 점을 감안해 '유아더월드'가 백인 다문화 아이 일색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을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해 12월 '이주민 출연 예능 속 '사소하지 않은 차별''이라는 모니터 보고서를 냈다. 민언련은 이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예능들이 서구권 사람들은 부유하고 유능한 이미지로, 동남아권 사람들은 가난하고 갈등을 빚는 사람들로 그린다고 분석했다. 민언련의 분석대로라면, 예쁘게 차려입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뛰노는 방송에서 동남아권 아이들을 배제한 '유아더월드'는 우리 방송이 가진 편견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MBC 홈페이지의 '유아더월드' 소개 페이지에서는 방송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끼리'보다는 '모두 함께 더불어 가는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 피부색과 외형의 벽을 넘어 순수한 어린이의 시각에서 함께하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해 다문화 가정 미운 일곱 살 어린이들과 + 연예인 스타가 만나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 유아더월드 방송 소개 [MBC 홈페이지]

방송취지는 '모두 함께 더불어 가는 시대'인데, 정작 방송은 백인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로만 가득 찼다. 피부색과 외형을 벽을 넘겠다는 각오대로라면, 당연히 다양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초대해야 했다. 지금의 구성대로라면 피부색과 외형의 벽을 공고히 하고 편견을 강화하는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렵다.

다행히도 '유아더월드'는 파일럿 프로그램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더욱 완성도 높은 상태로 정규편성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규편성이 되고 오래 성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싶다면, '예쁜 백인 아이들로 방송을 채우면 시청자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부터 걷어내야 한다.

다문화, 다인종 사회는 이미 우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다문화와 다인종이라는 표현에는 당연히 모든 문화와 모든 인종이 포함된다. 특정 인종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편협한 시각이 당장의 시청률과 화제성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지만, 공영방송은 다양한 인종이 서로를 인정하고 공감하며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공영방송의 가치, 피부색과 외형의 벽을 넘는다는 방송 취지는 '진정한 다양성'을 추구해야 실현할 수 있다. 시청률 때문에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할 인종적 관용성에 대한 가치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KPI뉴스 / 양동훈 인턴 기자 yd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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