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옌롄커 "차라리 기억을 가진 침묵자가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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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 "차라리 기억을 가진 침묵자가 돼라"

조채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0-03-02 15:17:25
중국 대표 작가, 한국 계간지에 코로나19 대응 비판글 기고
"한마디 바른말이 진실의 증거...국가적 기억상실 거부한다"
▲중국 작가 옌롄커 [대산문화 제공]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기세가 꺾였다. 신규 확진자는 하루 500명 대에서 200명 대로 줄었고, 퇴원자는 하루 2800명 안팎으로 확진자 수를 압도한다.

중국 지도부는 자신감에 찬 모습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9일 쿠바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발병 후 나는 직접 대응을 지휘해왔으며 중국은 모두가 일치단결해 가장 전면적이고 엄격하며 철저한 예방·통제 조치를 펴왔다"고 말했다.

이런 '자찬'과 '미화'를 용인하는 중국 사회에 죽비를 내리치듯 꾸짖고, 저항하는 글이 화제다. 수많은 죽음을 뒤로한 채 승리의 함성으로 고조된 중국, 그리고 그 속에 매몰된 대중들을 향해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하는 글이다.

필자는 중국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 '가장 문제적 작가'로 알려진 옌롄커다. 그는 현대 중국이 가장 숨기고 싶어하는 어두운 일면을 거침없이 드러낸다는 평을 듣는 작가다.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자유를 위해 인간이 치열하게 노력하는 흔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해당 글은 '국가적 기억상실을 거부한다'는 제목의 특별기고문으로 2020년 <대산문화> 봄호에 실렸다. 홍콩 과기대 교수이기도 한 작가가 개학이 미뤄지면서 진행된 온라인 수업의 첫번째 강의록이기도 하다고, 대산문화는 소개했다.

옌롄커는 "지금 후베이(湖北)의 우한, 그리고 중국 전역에서 사람이 죽고 가정이 파괴되어 귓가에 사람들의 곡소리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미 통계 숫자의 호전으로 인해 위에서 아래로, 전후좌우로, 경축을 준비하는 북소리와 가공송덕(歌功頌德)의 노랫소리를 듣고 보고 있다"고 현 중국 상황을 풍자했다. "한쪽에서는 시신이 채 식지 않고 곡소리가 멈추지 않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영명함과 위대함을 외치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 질병으로 인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병원에서 죽은 사람과 병원 밖에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서 기억의 중요성을 절절하게 외친다. 사스와 메르스 사태 등 '인재'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우리에게 기억력이 너무 결여되어 있다는 것, 우리 개인의 기억들이 규제되고 대체되고 말살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개인의 기억은 시대의 도구가 되고 집단과 국가의 기억이 개인의 기억과 기억상실을 대신하고 결정했다"고 말한다. 옌롄커는 이에 맞서 개개인이 자신의 기억력과 기억을 능동적으로 갖고 용기있게 생산할 것을 주문한다. 우한의 실태를 '우한일기'라는 기록으로 남긴 작가 팡팡처럼, 또 코로나19와 싸우다 숨진 의사 리원량처럼.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렇게 반문했다. "기자가 자신이 눈앞에서 본 것을 쓰지 않고 작가가 자신의 기억과 느낌을 쓰지 않을 때, 사회 여론에서 말을 할 수 있고 말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항상 순정한 국가의 목소리로만 읊조리고 읽고 낭송한다면 누가 우리에게 이 세상에 살아가는 개인적 진실과 진상, 존재와 생명이 무엇인지 말해줄 수 있을까."

이어 "개인이 변하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한마디 바른말이 최소한의 진실의 증거가 될 것이다. 언젠가 이런 기억력이 개인의 기억을 생성하여 후대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중국 역사에서 국가와 집단의 기억이 개인의 기억력과 기억을 가리고 왜곡시켜 왔음을 폭로한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19와의 국가적 전쟁에서 '승리'를 암송하기보다는 스스로가 겪은 개인적 진실과 진상을 오롯이 지키고 전하는 사람이 될 것을 호소한다.

리원량처럼 먼저 호각을 불 수 없다면 호각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큰소리로 말할 수 없으면 귓속말을 하면 된다고. 귓속말을 할 수 없으면 기억력과 기억을 가진 침묵자가 되라고. 머지않아 전쟁승리를 경축하는 만인의 합창이 들려올 때 말없이 한쪽 구석에 서서 마음속에 무덤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 2020년 대산문화 봄호 [대산문화 제공]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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