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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국정원 대북정책 놓고 겉으론 엇박자, 속내는?

김광호
기사승인 : 2020-08-27 16:44:09
이인영 통일장관·박지원 국정원장, 대북정책 주도권 놓고 '힘겨루기'
남북 '물물교환' 철회 보고 논란…김여정 '위임통치' 분석도 온도차
이인영 "역할 차이 근거로 조율·협업"…박지원 "소통 두루두루 잘돼"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의 소통 문제가 불거지면서 청와대 새 외교·안보라인의 핵심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두 기관이 몇 가지 사안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통일부장관, 국가정보원장, 경찰청장 임명장 수여식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인영 통일부 장관, 문 대통령,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뉴시스]


통일부와 국정원의 '엇박자' 논란은 통일부가 남북 물물교환 사업 파트너로 검토한 북한의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시작됐다. 국정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대북 제재 대상임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이후 통일부가 지난 24일 국회 정보위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남북 물물교환에 대해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번졌다. 당시 여야 간사들은 회의 직후 "(물물교환 사업이) 철회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지만 통일부는 "철회라는 발언을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국정원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위임 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정원과 통일부 간 온도차를 보였다.

국정원과 달리 통일부는 "당·정·군을 공식적·실질적으로 장악한 상황에서 분야별 '역할 분담'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도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2인자나 후계자의 위상을 확립해 전권을 행사한다고 말하는 건 무리한 해석"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통일부와 국정원이 주요 대북 사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서로간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돌아가고 있는 새 외교안보라인의 움직임이 정상적인지 의문이 간다"며 "영 매끄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처럼 대통령을 중심으로 각 기관이 정책 주도권을 놓고 막후에서 암투와 힘겨루기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심각한 조직 갈등이 표면화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도 27일 페이스북에서 "실질절 2인자라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어디로 갔느냐"며 "(박지원) 국정원장의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의 정치화"라고 박 원장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위임 통치 전환론. 이는 국정원의 신뢰할만한 '정보'일까, 아니면 국정원장의 신뢰하기 어려운 정보의 정치화'일까"라며 "이제 국정원이 답변할 차례"라고 질타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의 경우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여정이 김정은에 대한 보고권한을 총괄하고 있고,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등 사실상 2인자라고 말하기 충분한데도 이인영 장관이 이를 공개적으로 부정했다"면서 "통일부가 국정원을 대북관계 개선의 방해 부서로 생각하는건 아닌지 의아심이 든다"고 이 장관을 겨냥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원은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해 굵직한 업무를 독점한 반면 통일부는 실무 사업에 치중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지난달 27일 취임 후 남북 관계 교착 국면을 돌파하겠다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통일부가 주도해 한국 쌀과 북한 맥주를 맞바꾸자는 '작은 교역'과 '워킹그룹 재조정론' 등을 제안했다. 전임 조명균·김연철 장관 시절 통일부가 2선에 머물렀던 것과는 다른 적극적 행보다.

일각에서는 이를 의식한 국정원이 대북 업무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힘겨루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박지원 원장의 국회 첫 보고에서 북한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위임 통치'라는 이례적 표현까지 동원해 대북 정보력을 과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2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주도권 다툼이 아니라고 부인하며 "서로 역할의 차이가 있고, 그 역할 차이를 근거로 소통도 하고 필요한 부분을 조율하며 협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같은 날 국회 정보위에 출석한 박 원장도 국정원과 통일부의 소통 부족 문제가 제기된 데 대해 "소통은 두루두루 잘 되고 있다"며 "더 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최근 통일부와 국정원의 엇박자는 거물급 정치인인 이인영 장관과 박지원 원장이 부임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전임 조명균, 김연철 장관과 달리 이 장관은 통일부가 주도해 대북 정책을 치고 나가려는 경향이 강해 국정원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이를 청와대 안보실에서 조율해야 하는데, 자기 개성이 강한 이 장관과 박 원장을 서훈 안보실장이 나서 중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통일부와 국정원의 힘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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