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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중심 선 '디지털 교도소'…'사회 심판' vs '마녀 사냥'

주영민
기사승인 : 2020-09-06 11:44:33
'지인능욕범' 신상 공개된 고대생 사망…비난글 쇄도
디지털 교도소 측 "피해자 측 확인…조작 불가능 해"
누리꾼들 '갑론을박'…'불법사이트' vs '우리가 판단"
법조계 "헌법 보장된 인권 침해…무분별한 마녀사냥"
성범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겠다며 만들어진 웹사이트에 얼굴 등이 공개된 고려대학교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디지털 교도소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회적 공분을 산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일부 누리꾼의 지지를 받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사법부의 기능을 유명무실케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온라인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캡처]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디지털 교도소에 이름과 얼굴 등이 공개된 고려대학교 학생 A(20) 씨가 지난 3일 오전 자택에서 숨진 채 가족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앞서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7월 6일 닉네임 '피치***'를 쓰는 텔레그램 사용자가 22살 지인에 대해 '지인능욕'을 요청했다며 그의 사진과 학교, 전공, 휴대전화 번호 등을 사이트에 올렸다. 또 A 씨의 것이라며 메신저 대화 내용과 음성 파일까지 첨부했다.

이에 A 씨는 지난달 12일 고려대 재학생·동문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 등에 글을 올려 "디지털 교도소에 공개된 신상은 본인이 맞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른 적도 있고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한테 핸드폰을 빌려준 적도 있긴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며 해킹이 의심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 씨의 신상은 계속 사이트에 공개됐다. 결국 A 씨는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 '고파스'와 '에브리타임',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에는 '디지털 교도소'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비난 글 쇄도에도 "지인능욕 피해자 측 확인" 입장 고수

비난글이 쇄도하자 디지털 교도소는 지난 5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글을 올려 목소리 파일을 들었던 피해자 측의 확인을 받았다며 A 씨 주장이 거짓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 씨가 '핸드폰 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며 생전에 억울함을 호소한 데 대해 디지털 교도소 측은 "대체 어떤 해커가 학생 한 명 잡자고 핸드폰 번호를 해킹해서 텔레그램에 가입하고, 그 텔레그램 계정으로 지인능욕을 할까요"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URL을 누르자마자 핸드폰이 털리고, 그 핸드폰 번호로 텔레그램에 가입하려면 정부의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는 전문 해킹그룹이 제로데이 취약점을 사용한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A 씨의 사망 이후 A 씨의 동기 B 씨는 고려대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려 디지털 교도소가 제기한 의혹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B 씨는 "A는 문제가 된 7월 이전 텔레그램에 가입돼 있었다"라며 "전화번호가 있는(저장된) 상태에서 해당 글에 나온 피치***라는 닉네임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디지털 교도소 측은 반박 입장문을 통해 "텔레그램에는 연락처 동기화라는 기능이 있고 핸드폰 연락처에 저장된 이름으로 텔레그램 닉네임이 보인다"라며 "A 씨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지인들은 피치*** 라는 닉네임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B 씨가 디지털 교도소 측이 게시한 음성 파일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서는 "피해자 측이 목소리 파일을 확인한 결과 A씨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며 "몇년생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한 상대의 목소리를 누가 들어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자도 없다"고 해명했다.

A 씨가 지인 능욕 요청 사진이 나온 시각에 가족들과 함께 있었다는 B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디지털 교도소 측은 "가족과 함께 있었다고 그 시간에 지인능욕 합성사진 부탁 메시지를 보내지 못할 것 같지는 않다"며 일축했다.

"사회적 심판" VS "개인 신상공개 불법"

디지털 교도소는 살인, 성범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신상을 공개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불법 개인정보 유포 사이트다. 현재 대한민국 경찰이 검거를 위해 해외 공조 수사 중인 국제 범죄 단체이기도 하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지난 3월 말부터 다수 인스타그램 계정을 활용해 성범죄자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가 제재를 받자 지난 6월부터 웹사이트를 만들어 신상 공개를 이어갔다.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는 사이트 소개 코너에서 "대한민국의 악성 범죄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에 한계를 느껴 이들의 신상정보를 직접 공개해 사회적 심판을 받게 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범죄자들은 점점 진화하며 레벨업을 거듭하고 있다"며 "범죄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처벌, 즉 신상공개를 통해 피해자를 위로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디지털 교도소는 '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 선수 사건' 피의자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디지털 장의사' 박모 씨 등의 신상을 공개라면서 일부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았다.

디지털 교도소를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얼마나 피해자가 슬프면 이러겠느냐", "모든 일에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피해자가 네 가족이라고 생각해봐라" 등 의견을 내며 현재 한국사회에 만연한 사법 불신을 여실히 드러냈다.

하지만, '지인능욕범'이라는 이상한 죄명으로 신상이 공개된 고려대 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불법사이트가 경찰도 아닌데 범죄인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누리꾼들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교도소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누리꾼들은 "개인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불법", "정확한 수사기관도 아닌데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달리 일부 누리꾼들은 "결국 경찰과 검찰이 해결하지 못한 단죄를 디지털 교도소가 내리는 것이다. "판단은 우리가 하면 된다", "디지털, 온라인 시대에 필요한 유형의 사이트라고 생각한다" 등 디지털 교도소를 여전히 옹호하고 있다.

법조계 "헌법 보장된 인권 침해…무분별한 마녀사냥 우려"

법조계 일각에서는 디지털 교도소의 행위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법률과 법원의 기능을 유명무실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무분별한 신상 공개로 인한 '마녀사냥'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디지털 교도소에 올라온 신상 정보를 신뢰할만한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고려대 학생 사건의 경우 지인능욕범이라는 이상한 죄명을 사용했는데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팩트체크를 하는 것이 아닌 운영자의 주관적인 사견만 나열, 신빙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디지털 교도소는 경찰도, 기소권을 가진 검찰도, 정부의 허가를 받은 사설탐정업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개인 사이트에 불과함에도 무분별하게 신상을 유포, 이같은 행위가 또 다른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상희 법무법인 연송 변호사는 "성범죄자 알림e에 올라온 사람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에 해당하고 사실을 적시했다고 해도 명예훼손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며 "사법부의 처벌 수위가 낮아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한다는 것도 아직 법원의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자라고 낙인찍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실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억울하게 신상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도 문제"라며 "아님 말고 식으로 신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이트 운영자 역시 범죄자와 똑 같은 범죄행위를 한 것이고 이에 동조한 사람들도 2차 가해자가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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