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역전세난도 아닌데…보증금 못 돌려주는 집주인 왜 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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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세난도 아닌데…보증금 못 돌려주는 집주인 왜 늘까

김이현
기사승인 : 2020-09-08 17:23:10
전세값 급등으로 '보증금 떼일까' 보험가입 급증해 대위변제 ↑
'영끌' 갭투자의 역습 …"규제로 추가 대출 막혀 전세금 못 줘"
# 일산에 사는 30대 A 씨는 전세보증금 문제로 걱정이 많다. 3주 뒤 이사갈 집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10%를 지불했는데, 지금 살고 있는 전셋집이 빠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계약 만기 3개월 전 집주인과 합의하고, 잔금날(이삿날)에 전세금을 돌려 받기로 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돌연 "여유자금이 없으니 기다려달라"고 통보해왔다. A 씨는 전세보증보험을 들어 놨지만, 전세금을 돌려 받더라도 계약종료일부터 한 달 넘게 걸리는 상황이다.

▲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 밀집지역. [정병혁 기자]

올해 공적기관이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를 보면, 올해 1~8월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3015억 원으로, 지난해 한 해 총액인 2836억 원을 넘어섰다. 올해가 아직 4개월 남은 시점에 이미 3000억 원을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연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위변제 금액, 2016년 26억→지난해 2836억 원 '껑충'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세입자의 전세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2013년 9월 출시된 상품으로, 집주인이 임차 계약 기간 만료 후에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HUG가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준다. 이후 HUG는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대위변제 금액은 매년 증가 추세다. 집계를 처음 시작한 2015년 1억 원이었던 대위변제 금액은 2016년 26억 원, 2017년 34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다 2018년 583억 원으로 급증했고, 2019년 2836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보험 발급 금액과 보증사고 금액은 지난해 각각 30조6443억 원, 3442억 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상 전세금 떼이는 상황은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나타난다.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근접하거나 넘어서는 이른바 '깡통전세'가 되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돌려줄 돈이 부족해진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액만 내고 세입자가 사는 집을 매수한 '갭투자' 매물일 경우,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급증할 수 있는 것이다.

집값 상승세 꾸준한데 왜?…"가입 비율 자체가 커진 것"

하지만 최근 수도권 집값은 상승곡선을 그렸다. KB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2015년 1월 4억8038만 원에서 올해 8월 9억8503만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세 중위값도 3억1448만 원에서 5억1011만 원으로 올랐다. 지역별, 아파트 단지별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매매와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한 구조다.

대위변제 금액이 폭증한 가장 큰 이유는 '가입자 수 증가'에 있다. 2016년 보험 발급 금액(전세보증금 총액)은 5조1716억 원에서 2018년 19조367억 원, 지난해 30조6443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발급 세대수도 2만4460건에서 15만6095건으로 늘어났다. HUG 관계자는 "발급 비율 자체가 커지다 보니, 대위변제 금액도 자연히 늘어난 것"이라며 "전체 보증 발급액 대비 대위변제 금액 비율을 보면 올해 2분기 기준 0.69%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아파트의 경우 기본적으로 거래 건별 단가가 높아 사고 시 금액이 많아지고, 다세대 주택은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가 힘들다"며 "보증보험 가입 건수가 워낙 증가하다보니 대위변제 금액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월드 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영끌' 갭투자자, 대출규제 등으로 보증금 못 줘 

다만 유행처럼 번진 갭투자도 분명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나 빌라에 투자하는 이른바 '영끌' 갭투자자들이 정부규제로 인한 세 부담 상승, 코로나19 등 복합적 요인으로 자금력이 약해지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투기과열지구에서 아파트(3억 원 이상)를 산 20대 중 전세금을 끼고 직접 거주가 아닌 임대 목적으로 집을 산 사례는 20대 전체 매매 건수(5412건)의 54.3%에 달했다. 30대도 주택 거래 5만6845건 중 임대 목적의 아파트 매입은 34.9%(1만9852건)이었다. 올해 1~4월 갭투자 건수도 전년 대비 125% 증가했다. 하지만 3억 원 초과 아파트를 사면 전세자금 대출을 회수하는 '6·17 대책' 이후, 6월 6940건에서 7월 3638건으로 47.6% 줄었다.

대위변제 금액 대부분은 '수도권' 집중 

실제 대위변제 금액 지급 지역도 투기과열지구가 있는 '수도권'에 집중됐다. 2018년 대위변제 총액 583억 원 중 479억 원은 서울과 인천, 경기도 차지였다. 지난해 대위변제 금액은 서울이 529억 원, 인천이 491억 원, 경기가 1346억 원으로 전국 총액 2836억 원 중 2366억 원이 수도권에 쏠렸다.

HUG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갭투자자들이 많아지다 보니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전세값을 주택가격보다 높여서 받거나, 신규임차인을 원활하게 구하지 못하는 등 해소가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위변제 금액이 늘어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올랐음에도 대위변제 금액이 늘어난 건 무리하게 대출받아 갭투자를 한 사람들이 정부 규제로 추가 대출이 막히면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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