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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코로나19 종식' 논공행상의 날, 리원량 소환된 이유

조채원
기사승인 : 2020-09-09 17:56:30
故 리원량 웨이보에 추모 댓글 이어져

중국 정부가 방역 성과를 자축하며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한 가운데 '우한영웅' 故 리원량의 웨이보에 누리꾼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8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국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를 열어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자축하고 방역에 지대한 공을 세운 인물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8일 기준, 23일 째 국내발생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이 대회를 통해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대내외에 공표하고, 사회주의 체제의 우수성을 선전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코로나19 방역 유공자 표창대회를 주재,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에 최고 영예인 '공화국 훈장'을 수여하고 나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그리고 '대회'가 시작된 8일 오전부터 지금까지 리원량의 웨이보엔 약 10초에서 1분 간격으로 누리꾼들의 새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이 "경의를 표한다","우리 모두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 "인민대회당에 있어야 할 사람은 당신이다" 등 다시금 그를 추모하고 존경을 나타내는 내용이다. 리원량이 게시글을 올린 당시 46만개 가량이었던 댓글 수는 8일에 누적 100만 개를 훌쩍 넘어섰다.
 

▲ 지난 2월 1일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나도 확진자다"라고 남긴 고 리원량 웨이보 마지막 게시글 하단에 8일부터 누리꾼들의 10초 간격으로 추모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리원량 웨이보 캡처] 


중국 누리꾼들이 리원량을 소환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읽힌다.
 

리원량은 바로 시 주석이 이날 연설에서 언급한 '후베이(湖北)와 우한(武漢) 지역에서 희생한 의료진과 주민'의 대표격인 인물이다. 그는 코로나19가 단순 폐렴이 아닌 사스와 유사한, 위험도 높은 전염병임을 처음 세상에 알렸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그를 괴담유포자로 취급했고 반성문을 쓰라는 '훈계서' 조치를 내렸다. 풀려난 그는 방역 최전선에서 근무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정부 당국의 부당한 조치에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환자를 위해 헌신한 그의 행적은 의료인의 귀감이 됐다.

또 다른 시각도 있다. 리원량은 우한의 '방역 영웅'인 동시에 코로나19 발병 당시 '미흡한 초기 대처'라는 뼈아픈 실책을 상기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중국인들은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한순간에 번화가가 유령도시처럼 변하고 눈 앞에서 가족과 지인이 죽어나갔으며,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아비규환을 벌이는 모습을 목도한 사람들이다.

이런 그들이
 "중국이 코로나19 전쟁에서 거둔 중대한 성과는 중국공산당과 중국 사회주의 제도의 우수성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시 주석의 연설과 다른 의견을 '당신(리원량)을 기억한다'는 말로 드러낸다는 것이다. 무고한 리원량을 떠올린다면 정말 지금의 결과를 우수한 체제에서 비롯된 위대한 성과로 볼 수 있겠느냐는 의미다. 댓글에서도 '처음 호루라기를 분 사람(吹哨人·내부고발자)으로 당신을 기억한다'는 내용을 종종 볼 수 있다. 

▲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처음으로 경고했던 중국 우한의 의사 리원량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2월 7일 사망했다. 사진은 생전 리원량의 모습. [AP 뉴시스]


실제로 중국의 경직된 관료주의와 언론 통제, 다양한 목소리가 용인되지 않는 전체주의라는 체제적 특수성은 당시 초기 대처가 미흡했던 원인으로 꼽힌다. 우한이 봉쇄되던 1월 27일, 저우셴왕 우한시장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에 대한 정보 공개가 늦어져 확산이 심화했다는 비판에 대해 "지방 정부는 중앙에서 권한을 얻은 다음에야 코로나 정보를 공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베이징에 있는 지도부가 감염 초기부터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 했다는 것이다. 리원량 역시 숨지기 직전 중국 언론 차이신(財新)과 인터뷰에서 "나는 하나의 건강한 사회에서는 한 목소리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시 주석은 체제의 우수성을 선전함과 동시에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은 공개적이고 투명했다"면서 "단 한 명의 환자도 포기하지 않고,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놓치지 않았다"고도 역설했다. 이는 코로나19에 전세계적 확산에 대해 국제 사회가 제기하는 '중국 책임론'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국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자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이 각국의 방어를 위한 시간을 벌어줬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중국 코로나19 책임론'을 제기한 호주엔 경제보복으로 답했다. 9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한 중국 대학의 연구진은 '냉장 상태로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연어 고기가 코로나19의 전염원일 수 있다'는 취지의 연구결과도 내놨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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