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테슬라는 신의 기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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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테슬라는 신의 기업이 아니다

UPI뉴스
기사승인 : 2021-03-13 18:57:43
테슬라 시총, 세계 7대 자동차 회사 총액보다 크지만
전기차 본격 경쟁 시작되면 IBM과 같은 처지 될 수도
작년 말 기준으로 전세계에는 850만 대의 전기차가 굴러다니고 있다. 전체 승용차 12억 대의 0.7%에 해당하는 수치다.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좀더 높다. 2020년 2.7%에서 2040년에 58%가 될 걸로 전망하고 있다.

테슬라의 딜레마는 이 숫자들에서 시작된다. 전기차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연자동차 회사와 경쟁에서 이길지 불분명하지만 시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그 내용이다.

내연자동차 회사가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입하지 않은 건 기술 때문이 아니다. 이들이 자동차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인데, 내연자동차가 대세인 상황에서 미래차 시장에 일찍 뛰어들어 시장을 위축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관련해 '14% 룰'이라는 게 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해당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를 넘으면 모든 투자가 새로운 기술로 몰려 시장의 재편이 이루어진다는 경험칙이다.

19세기 가로등이 그 예다. 이전까지는 가스로 불을 켜는 가스등이 대세였지만 전기의 비중이 14%를 넘으면서 가스등에 대한 투자가 사라지고 모든 투자가 전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다른 산업도 비슷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2025년에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10%를 넘을 걸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10년 내에 테슬라와 자동차회사의 경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테슬라는 본격 경쟁에서 IBM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 IBM은 1981년 개인용 컴퓨터를 내놓아 시장을 지배한 회사다. 인텔의 CPU와 마이크로 소프트의 MS-Dos같은 범용 운용체계를 도입해 제품간 호환이 불가능하던 기존 컴퓨터 시장을 재편하는데 성공했다. 'PC(Personal Computer)'라는 이름이 특정 업체의 상품명이 아닌 가정용 컴퓨터 전반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된 것도 IBM의 'PC XP'라는 제품 덕분이었다.

문제는 그 후 발생했다. IBM의 높은 개방성과 범용성 때문에 PC시장이 커질수록 영향력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졌는데, IBM이 누구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범용 부품으로 구성된 탓에 다른 회사도 어렵지 않게 비슷한 PC를 만들어낸 결과였다.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를 본격 생산할 경우 기술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 않으면 규모가 작은 테슬라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내연 자동차 회사와 테슬라의 경쟁 결과가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테슬라에 지나치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세계 주요 7개 자동차 회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모은 것보다 테슬라가 더 클 정도다. 성장에 대한 기대를 최대한 반영한 결과인데 이 부분이 채워지지 않으면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PC 보급이 본격화된 후 IBM주가가 반대로 하락했던 것처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시장에서 특별한 존재로 대우받고 있다. 그가 이끄는 우주탐사 덕분에 우주 항공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했고, 공매도를 얘기하자 게임스탑 주가가 23배 상승했다. 비트코인도 예외가 아니어서 머스크의 트윗 한방에 가격이 1만5000달러 가까이 올랐다. 미국 사람 중 37%가 머스크의 트윗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정도다. 이 믿음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본진인 테슬라의 주가가 올라야 한다. 그게 지금 테슬라와 머스크의 앞에 놓여진 과제다.

▲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이종우 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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