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조선구마사' 사태가 남긴 것… 사극의 '허구', 허용범위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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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 사태가 남긴 것… 사극의 '허구', 허용범위 어디까지?

김지원
기사승인 : 2021-03-29 15:55:51
"역사 해석 달리하더라도 정사로 자리잡은 본질은 건드리지 말아야"
"자본 연계된 '중국풍'에 민감…대중이 어느 지점 비판하는지 살펴야"
"역사 드라마 과거 허용됐던 부분 앞으로는 엄격한 기준 적용될 듯"
사극에서 허구의 허용범위는 어디까지인가.

SBS TV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왜곡 논란을 넘지 못하고 결국 방영을 종료했다. '조선구마사'는 조선 태종 집권기를 배경으로 악령에게 영혼을 지배당한 '생시(살아 있는 시체)'와 싸우는 조선판 엑소시즘을 내세우며 흥미를 끌었다.

▲ SBS '조선구마사' [SBS 제공]

그러나 역사 왜곡논란으로 2회만에 결국 방영 폐지 수순을 밟았다. 사극에서 역사왜곡 논란은 늘 있어왔다. 사소하게는 의상, 소품의 고증이 잘못됐다는 점에서부터 일어난 사건, 상상력을 덧입혀 해석한 실존 인물 캐릭터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렇다면 이번에 방영 폐지로까지 이어진 '조선구마사' 는 과거의 사극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김선영 문화평론가는 "'조선구마사'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 층위에서 있었다. 하나는 '역사 왜곡'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풍 등 '중국의 문화 침투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의 퓨전, 판타지 사극의 경향은 아예 새로운 왕조를 가상으로 만들어서 역사 왜곡 및 고증 관련 논란에서 벗어났다. '해를 품은 달'이 그런 경우다. 반면 '조선구마사'는 태종 집권기라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가져왔으며 이 부분에서 실존 인물인 태종이 양민을 학살하는 장면이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김 평론가는 "'조선구마사'는 '판타지 사극'을 표방하면서 실존 인물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실존 인물과 판타지 설정의 결합에 더욱 세밀하게 신경을 써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려말 조선 초 시대를 다룬건데, '건국 과정에 악의 힘이 있었다'라는 설정 자체가, 역사를 보는 해석의 다양성을 고려하더라도 조선의 건국 정통성 자체를 부인할 수 있다"면서 "역사 왜곡이 아니라 역사 비하 혹은 폄하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악령이 왕조를 지배하고 있다는 설정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밤을 걷는 선비', '야경꾼 일지' 등에도 조선시대 궁궐에 왕조를 배후에서 지배하는 악령이 있다는 설정이 있었다.

김 평론가는 "'킹덤' 역시 백성의 피를 빨아먹는 권력이 있다는 식의 설정이 있는데, 그럼에도 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개연성 있는 설정이었다"라면서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라는 대중의 보편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창작의 영역으로 해석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구마사'는 태종이 악령의 힘에 의해서 양민을 학살했다는 부분이 역사적 사실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보편적 정서와도 위배된다는 것이다. 

역사 폄하 문제는 '조선구마사' 작가의 전작인 '철인왕후'에서도 불거졌다. '철인왕후'는 조선왕조실록을 '지라시'에 빗대거나, 실존인물 비하 표현 등으로 비판받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실존인물의 묘사와 조선왕조 실록 폄하 등은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하 평론가는 "역사에 한해, 우리가 아무리 해석을 달리한다고 해도 정사로 자리잡은 본질은 건드리지 말아야한다"며 "창작인데 어떠냐는 식으로 안이하게 희화화하지 말고, 대중이 과연 어느정도까지 이 상상력의 영향을 포용할 수 있을지, 어느 지점을 불편해할지 신중하게 생각해야한다"고 말했다.

'조선구마사'에서 역사 왜곡 만큼이나 비난받은 것은 '중국풍'이다. '조선구마사'에서 충녕대군은 서양 사제에게 음식과 술을 대접한다. 그 장면에서 주점의 풍경이나 음식, 술 등이 중국풍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하 평론가는 "(김치, 한복 등을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는)중국의 문화 왜곡이 일어나는 시기에 중국과 연관이 됐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중국풍은 고증이 엄청나게 틀린 것이며, 한국의 역사를 다룬 사극인데, 중국풍이 우리나라 역사의 일부처럼 스며들어왔기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 '조선구마사'에서 중국풍이 나와 문제가 된 장면. [SBS 제공]

특히 '조선구마사' 의 중국풍에 대한 누리꾼들의 지적은 K드라마 등 우리 컨텐츠 제작에 깊숙이 관여하기 시작한 중국자본에 대한 경계와 맞물려있다.

SBS측은 '조선구마사'가 100% 국내 자본으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선구마사의 제작사 YG스튜디오플렉스의 모회사는 중국 기업이 투자한 YG엔터테인먼트다. YG엔터테인먼트 주요 주주는 올해 1월 기준 양현석(17.3%), 네이버(9%), 상하이펑잉경영자문파트너십사(8.1%), 텐센트모빌리티(4.4%) 등이다. 상하이펑잉의 2대 주주는 중국 최대 플랫폼 업체인 텐센트다.

'철인왕후'의 경우도 현재 국내에서는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단했음에도, 해외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시청 가능해 누리꾼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김 평론가는"'철인왕후' 는방영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시청률이 잘 나왔다"며 "어쨌든 시청률이 좋았기 때문에 충분히 반성을 할 필요를 못 느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철인왕후에서 시청자의 지적이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아 조선구마사 사태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국민이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 자본 침투 등을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한다"면서 "역사를 다룰 때는 좀 더 예민하고 신중하게, 대중이 어느 지점을 비판하고 있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 평론가는 "과거에는 사극에 상상력을 가미하는 부분은 비교적 폭넓게 인정됐으나 이번 '조선구마사' 사태로 역사 부분에 상당히 엄격한 기준이 요구될 것 같다"고 봤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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