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한국판 뉴딜'은 제2의 기술금융?…기존 사업 집어넣는 금융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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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은 제2의 기술금융?…기존 사업 집어넣는 금융사들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1-07-19 16:27:43
이미 집행 중인 친환경·IT 관련 대출·투자, 전부 '한국판 뉴딜'에 포함
대형 금융그룹, 5년간 10조 지원 계획 발표…"실속은 별로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에 총 220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래 160조 원이었던 총 투자 규모를 크게 확대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의 총 투자 규모를 220조 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대형 금융그룹들이 저마다 10조 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많은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한국판 뉴딜 동참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이는 본래 하던 친환경·정보기술(IT) 관련 대출·투자를 전부 집어넣어 한국판 뉴딜로 포장한 데 불과해 실속은 별로 없다는, 과거 기술금융과 마찬가지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기술금융을 내세웠을 때 은행들은 기존의 중소기업대출을 상당 부분 기술금융 실적에 넣어 발표했다"며 "지금의 한국판 뉴딜도 비슷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KB·하나·우리금융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에 각각 10조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은 26조 원, NH농협금융그룹은 13조8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증권사, 보험사 등도 적극 동참 중이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원래 하던 사업 중 관련 있어 보이는 것은 몽땅 한국판 뉴딜 실적에 집어넣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의 두 축인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은 그 개념이 모호해 친환경이나 IT 관련 대출·투자는 전부 우겨넣을 수 있다"며 "금융사들은 그 점에 착안해 실적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정부가 처음 한국판 뉴딜 계획을 내놓은 게 지난해 7월인데, 일부 대형 금융사들은 이미 작년에 수 조원대의 한국판 뉴딜 관련 지원을 했다고 발표했다"며 "이는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한국판 뉴딜 관련 지원 계획을 따로 세워 집행한 게 아니라 기존의 친환경과 IT 관련 대출·투자를 한국판 뉴딜로 포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친환경과 4차 산업혁명 등이 화두라 금융사들은 그쪽으로 대출·투자를 확대하고 있었다"며 "덕분에 금융사들이 기존의 계획을 몽땅 한국판 뉴딜로 포장해 쉽게 실적을 부풀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금융이 화두인데, ESG금융과 한국판 뉴딜은 겹치는 분야가 많다"며 "이를 이용, 하나의 대출이나 투자를 ESG금융과 한국판 뉴딜, 양쪽 실적에 모두 집어넣는 경우도 다수"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A 은행은 몇 년 전부터 진행하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를 그린 뉴딜 실적에 넣었다.

또 B 은행은 IT기업에 실행하던 대출을 전부 디지털 뉴딜 실적에 넣었다. C 은행은 자행과 거래하던 한 중소기업이 종이서류 감축을 추진하자 원래 존재하던 대출을 ESG금융과 한국판 뉴딜 실적 양쪽에 모두 포함시켰다.

D 증권사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금융지원,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등을 전부 한국판 뉴딜 실적으로 발표했다. E 자산운용사는 본래 계획하던 친환경 목적의 펀드 이름에 뉴딜을 집어넣어 출시했다.

즉, 한국판 뉴딜만을 위해 신규로 진행되는 대출·투자는 거의 없다. 화려한 실적 발표에 비해 실속은 별로인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공기관과 한국판 뉴딜 관련 업무협약(MOU)도 종종 체결하지만, MOU는 MOU일 뿐"이라며 "아무 구속력도 없기에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케이스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기술금융 실적을 계산할 때도 자체 기술을 지닌 중소기업 관련 대출·투자를 몽땅 포함시켰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명박 정부 시절의 녹색금융 실적도 마찬가지였다"며 "사실 특별한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금융사는 정부 시책에 적극 부응한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어 한다"며 "정부도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행보가 정책 홍보에 도움이 되기에 알면서도 적당히 눈감아주는 구도"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기술금융이나 녹색금융처럼 한국판 뉴딜도 결국 대통령이 바뀌면 시들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이 화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고 꼬집으면서 "똑같은 친환경·IT 관련 대출·투자가 포장지만 바꿔서 새로운 정책의 새로운 실적으로 발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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