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아프간 난민 안식처는 어디에…유럽도 이슬람도 '빗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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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난민 안식처는 어디에…유럽도 이슬람도 '빗장'

김명일
기사승인 : 2021-08-20 17:36:10
EU "터키·파키스탄 등에 수용 후 지원"
이슬람 국가들 난색…美 대처 미온적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AP 등 외신은 이미 아프간을 떠난 난민이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3800만 아프간 인구의 5.3%에 달하는 숫자다.

그러나 이들에게 '안식의 땅'은 보이지 않는다. 유럽은 물론 이슬람 국가들도 난민 수용에 난색을 표하며 빗장을 건 탓이다.

▲ 19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EU 본부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유럽의 적극 행동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뉴시스]


'아프간 원죄' 유럽, 가장 먼저 대책 발표

가장 먼저 난민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곳은 유럽이다. 1839년 영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래 현재 철수 중인 나토군에 이르기까지 세기를 넘은 유럽의 개입에 따른 책임의식이 깔렸을 것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는 미국과 함께 2001년 개전한 아프간 전쟁에 참전했고, 나토는 2014년 평화 유지를 위해 주둔했다.

영국은 올해 5000명을 시작으로 난민 2만여 명을 받아들일 것이라 밝혔다. 영국에 협력한 탓에 탈레반의 위협을 받는 아프간인과, 생존 위협을 받는 여성과 어린이 등이 1차 대상이다.

독일은 함부르크에 2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 임시 쉼터를 마련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유와 진보를 위해 일한 사람들과 위험에 처한 여성을 가능한 한 많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내 다른 지자체들도 난민 수용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를 도왔던 이들과, 자유 및 인권을 지키려 노력한 아프간인들을 환영한다"고 17일 TV에 출연해 밝혔다.

유럽 다수 정서 "난민은 돕되 우리땅 안돼"

그러나 유럽의 분위기가 난민 환영 일색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유럽연합(EU)이 공조해 난민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난민을 유럽 영내에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메르켈 총리 역시 독일 내보다 인접국 수용을 지지하고 있다.

이는 2015년 시리아 등지에서 대규모 난민이 유입된 '유럽 난민 사태'의 영향이다. 2014년 한 해 동안 유럽에 밀려든 난민은 28만3532명으로 집계됐다. 유럽 각국은 이들에 대한 지원과 통제에 애를 먹었고, 독일 등에서 반이민 정책을 내건 극우 정당이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스와 오스트리아도 아프간 난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나라 모두 2015년 난민 유입과 수용에 많은 역할을 한 경험이 있다.

터키 등 이슬람권 "떠넘기지 말라"

EU가 낸 제안은 파키스탄, 터키 등 인접국과 이슬람 국가들에 난민을 수용하고 지원을 하는 것이다. 2016년 3월 터키와 체결한 난민송환협정 모델로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당시 EU는 터키에 난민 수용 대가로 60억 유로를 지원했다.

당시 난민 400만 명을 수용한 터키는 아프간 난민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는 유럽의 난민 창고가 아니다"라며 "EU의 국경 봉쇄는 난민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도 성벽을 높였다. 파키스탄은 북부 토르캄과 남서부 차만 등 주요 검문소의 경계와 검문을 강화하고, 일부 지역에 철책을 세웠다. 이란은 아프간 난민 본국 송환을 추진 중이다.

한편 아프간 사태의 가장 큰 이해관계국인 미국은 아직 제대로 된 난민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미국은 특별이민비자(SIV)를 통해 아프간 난민 2만2000명을 수용할 계획을 우선 발표했지만, 카불 시내에서 공항까지 신청자들을 안전히 호송할 대책은 수립하지 않았다. 미국 내 아프간 난민 수용 기관도 버지니아주에 소재한 미군기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AFP에 따르면 18일까지 미국이 탈출시킨 아프간 난민은 3200여 명에 불과하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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