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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위드 코로나'…살얼음판 걷는 백신 선진국

이원영
기사승인 : 2021-09-07 09:31:43
백신 접종률 제고에도 불구 확진 계속
일상 회복·방역 사이에 고민 깊어져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와 함께 살기'(with corona)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지만 이런 선택도 만만찮은 일이 될 듯하다. 이미 이 길에 들어선 미국·유럽 국가들에서 확진자는 여전히 급증세이거나 뚜렷한 하향 전환을 하지 않고 있다.
 
방역 이완에 따른 또다른 변이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방역의 고삐를 다시 죄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코로나와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 이론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백신 2차 접종률이 80%에 달한 영국은 지난 7월 19일부터 세계에서 최초로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모든 방역 규제조치들을 풀었다. 영국시민들은 이날을 '자유의 날'로 선언하고 해방을 만끽했다.

그러나 50여 일이 지난 지금 '위드 코로나'는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일일 확진자는 다시 3만5000여 명 안팎을 기록하고 입원자와 사망자도 늘고 있다. 지난 6일 하루 입원자는 6500여 명, 사망자는 45명에 달했다.

▲ 영국의 일일 확진자 숫자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최근 증가세가 뚜렷하다. [존스홉킨스 대학]

6일부터 대부분의 학교가 전면 등교에 들어갔고, 재택근무도 대부분 출근으로 바뀌었다. 지하철도 붐비고 교통량도 크게 늘었다. 방역당국은 효용성 논란이 있는 가운데 12~15세 아동에 대한 백신 접종도 서두르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대형 행사장에서 백신여권제를 도입한다.

전문가들의 우려도 여전하다. 정부의 과학적 팬데믹 인플루엔자 모델링(SPI-M)그룹의 마크 베글린 연구원은 "지금까지 경험한 것보다 더 큰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면역 탈출 특성을 보이는 변이의 유입을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이 확산이 유행하면 '위드 코로나'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프랑스는 식당과 카페, 술집, 영화관 등 다중 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보건 증명서(백신 또는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사적 모임에 대한 제한은 없다. 실내 마스크를 쓰도록 한 규정 외에는 거리두기 등 별도의 제한이 없다. 최근 확진자 숫자는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뚜렷한 하향 안정세는 아니다. 일일 확진자는 여전히 1만3000명 대를 보이고 있다.

▲ 지난 6월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자유로이 샹젤리제 거리를 걷고 있다. [AP 뉴시스]

프랑스 보르도대학 캐롤 비그날스 교수 연구팀은 방역 완화가 지속될 경우, 2차와 3차 유행을 넘어선 감염 사태가 다시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학생들이 개학한 이 시즌이 유행의 고비가 될 것이란 우려다.

연구팀은 감염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이유로 백신 접종 거부 움직임을 지적했다. 실제로 프랑스 전역에서는 매 주말마다 보건증명서 도입에 반대하는 수십만 명의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백신 2차 접종률은 67.4%다. 프랑스에서는 보건증명서 시행에도 불구하고 백신 반대 여론이 워낙 높아 접종률이 크게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백신접종률 선진국인 이스라엘도 최근 확진자 급증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차 접종 완료가 62.7%에 달했고 접종 완료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먼저 추가접종(부스터샷)을 서두르고 있지만 확진자는 매일 8000여 명을 웃돈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최고방역책임자인 살만 자르카는 "3차접종 뿐 아니라 4, 5차 계속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1년에 한번 또는 5~6개월에 한번씩 상시적으로 접종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것이 이젠 우리의 삶이 되어 버렸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백신 접종자의 중증화와 사망률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감염을 막지 못할 뿐더러 2차 접종자의 입원률도 높아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다.

영국 최고과학고문 패트릭 발란스는 한달 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입원환자의 40%는 백신을 1차 이상 접종한 사람들"이라고 말해 백신 접종자의 입원 숫자도 만만치 않게 많다는 것을 인정했다.

미국도 일일 확진자가 16만 명에 이르면서 '위드 코로나'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6일 CNN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세로 일부 병원 병상이 거의 다 찼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우리는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근접해 있다"면서 " 백신 접종이 입원 환자를 줄이는 데 최우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중환자실 병상 79.83%가 사용 중이며, 이 가운데 3분의 1은 코로나19 환자가 차지하고 있다.

방역과 일상회복 사이에서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위드 코로나'가 선진국에서 어떤 형태로 자리를 잡느냐가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방역체계 전환 논의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는 "가칭 위드코로나방역위원회 같은 민관 합동체를 구성해 코로나로부터 일상을 회복하는 단계와 방안에 대한 집단지성을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KPI뉴스 / 이원영 국제전문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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