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상속세 70%였던 1970년대 미국 재벌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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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상속세 70%였던 1970년대 미국 재벌의 선택

UPI뉴스
기사승인 : 2021-10-16 16:11:39
19세기말 미국 경제를 일컬어 도금시대(鍍金時代)라고 얘기한다. 산업화 덕분에 큰 부가 만들어졌지만, 온갖 부정이 저질러진 시기이기도 하다는 의미다. 이런 세상이 만들어지는 데에는 미국 기업의 탐욕이 큰 역할을 했다.

석유왕 록펠러가 전세계 정유 용량의 90%를 독차지했다. 석유를 운반하는 철도를 장악해 남들보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인데, 경쟁 기업에 대해서는 '파산이냐, 복종이냐'를 강요했다. 카네기는 영국 전체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양의 철강을 만들어낼 수 있는 회사를 가지고 있었다. 온갖 이유로 임금을 삭감했을 뿐 아니라 직장 폐쇄에 항의하는 노동자를 탄압하다 16명을 죽게 만들기도 했다.

은행으로 유명한 존 피어폰트 모건은 혼자 연준의 역할을 대신해 미국 경제를 두 번이나 파산의 위기에서 구했지만, 다른 기업을 집어삼키는데 들어가는 돈을 제공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미움이 얼마나 컸던지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들을 '큰 부를 가지고 있는 악당'이라 불렀다. 브로드웨이 인기 쇼에서는 JP모건에게 '금융부문의 거대한 고르곤'이라는 별칭을 안겨줬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괴물 고르곤처럼 사악하고 공포스러운 존재라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이 커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줬다. 정부가 독점 방지를 위한 법률을 만들면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 형태를 통해서다. 기업을 유치해 주 재정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던지 1930년 무렵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의 3분의 1이 델라웨어주를 본거지로 삼았다. 윌밍턴의 한 사무실에는 1만2천개 기업이 법적 주소를 두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전부였다면 지금 미국 경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힘센 몇몇 기업에게 유리하도록 판이 만들어져 경쟁력이 약해졌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미국 정부는 이런 판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각종 방안을 내놓았고, 도금시대를 만든 장본인들도 경제가 정글이 되지 않도록 현명함을 발휘했다.

경쟁 기업을 무자비하게 쓰러뜨렸던 록펠러는 번 돈의 대부분을 시카고대학을 비롯해 교육사업에 사용했다. 카네기는 기회의 균등을 실현하기 위해 3천개 넘는 공공 도서관을 지어 국가에 기증했다. 미국 대륙 횡단 철도를 만든 릴런드 스탠포드는 너무 많은 유산을 스탠포드 대학에 기부하는 바람에 그의 아내가 생활을 위해 자산을 처분해야 할 정도였다.

이런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세계 부자 1,2위를 다투던 빌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재산의 대부분을 재단에 출연했다. 1970년대 미국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70%였다. 세율대로라면 할아버지가 일군 재산이 아들을 거쳐 손자로 넘어갈 때 10%도 남지 않는다. 유럽이 아니라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상속세를 70%로 올리겠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산주의 얘기깨나 들어야 하지 싶다.

자신이 만든 부를 자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렇지만 출생에 의해 만들어진 한계가 넘지 못할 벽이 된다면 이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삼성은 상속으로 두 번의 기사 거리를 제공했다. 한번은 세금이 너무 많으니 깎아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쟁으로, 또 한번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파는 바람에 주가를 7만원 밑으로 떨어뜨려서. 이래 저래 세금 문제는 풀기 힘든 숙제인 것 같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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