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말뿐인 '정몽규의 사과'…화정아이파크 사고에 드리운 '학동 참사'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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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정몽규의 사과'…화정아이파크 사고에 드리운 '학동 참사' 데자뷔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2-01-12 16:55:47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콘크리트 양생 전 공사 강행한 듯"
"강풍 대비 등 안전 대책 부실 정황도…학동 참사와 '닮은 꼴'"
해체 계획서와 규정을 무시한 공사,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시도, 공사비 절감을 위한 불법 하도급. 

지난해 6월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주택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에서 발생한 참사 원인이다. 정부가 2개월에 걸친 조사끝에 내린 결론이다.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이 건설업계 의 고질적 적폐들을 답습하다 대형 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당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져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참사의 원인이 '인재'로 밝혀지면서 정몽규 현산 회장은 당시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 외벽이 붕괴한 모습. [뉴시스]

하지만 정 회장의 사과는 불과 7개월 만에 빛이 바랬다.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꼭대기 부근 외벽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3명이 부상한 채 구조됐으며, 6명이 실종됐다. 

잔해물이 덮치면서 차량 10여 대는 매몰됐다. 인근 주상복합 건물의 전기와 수도가 끊겼으며, 추가 사고 우려로 입주민 109세대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전문가와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7개월 전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화정아이파크 공사에서도 '학동 참사'와 마찬가지로 무리한 공기 단축 시도, 비용 절감을 위한 부실시공 등이 사고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 작년 6월 5층 건물이 무너져내린 광주 동구 주택 재개발사업 정비 4구역 철거 현장. [뉴시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콘크리트 품질 관리가 원인으로 보인다"며 "16개 층이 한꺼번에 붕괴된 것은 곧 콘크리트 품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콘크리트 건축물에서 양생은 필수적이다. 콘크리트 타설 후 충분히 단단해질 때까지 콘크리트를 보호하는 작업을 양생이라고 한다. 

그런데 콘크리트는 주변 온도가 낮으면 빨리 굳지 않아 양생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겨울철 아파트 건설공사는 10일에 한 개 층 정도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하는 게 정상이다. 레미콘 작업을 한 후 온풍기를 돌려 콘크리트를 양생하면서 1주일에 한 층씩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화정아이파크에서는 한두 달 전부터 공기가 늦어진다는 현산의 압박에 4∼5일에 한 층씩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정아이파크 공사 현장의 인근 한 주민은  "주말에도 공사가 쉼 없이 지속됐다"고 했다.

결국 현산의 무리한 공기 단축 시도가 재난을 부른 것으로 추정된다. 한 대형 감리사 임원은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려고 콘크리트 양생도 안됐는데 공사를 강행했을 확률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공사들이 공사 계약을 따내려고 건축주에게 무리하게 짧은 공기를 제시한 뒤 다시 그 공기를 맞추려고 부실시공을 거듭하다보니 사고가 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돈의 논리' 때문에 사람이 죽고 다치는 것"이라게 그가 압축해 내린 결론이다.

같은 맥락에서 공사비를 아끼려고 안전대책을 소홀히 했을 개연성도 있다. 또 다른 주민은 "공사장 상층부에서 합판·쇠막대·콘크리트 잔해물이 추락하는 등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여럿 발생했다"며 "예견된 사고"라고 강조했다. 

안 전 학장은 "이번 사고에서 코너 부위가 다 붕괴됐다"며 "코너 부위는 바람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강풍에 대한 대비책이 미흡한 듯 싶다"고 지적했다. 

▲ 연합뉴스TV 캡처

건설업계 관계자는 "설계도대로 철근을 충분히 썼다면, 콘크리트가 철근과 엮여 한순간에 내려앉기는 어렵다"며 "순식간에 가루처럼 무너진 걸 볼 때 철근 숫자를 줄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공사비를 아끼기 위한 시도"라고 꼬집었다.  

건설사가 공사 계획서와 규정을 잘 지켜 설계도대로 공사를 하는지, 안전 대책을 충분히 세우는지 등에 대해 감리사가 감독한다. 그러나 학동 참사 당시 공사 감리자는 현장에 가지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병규 현산 사장은 12일 화정아이파크 사고 현장을 찾아 "피해를 입으신 실종자분들과 가족분들, 광주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사과가 '말뿐인 사과'에 그치고, 진정한 의미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참사는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KPI뉴스 / 안재성·김지원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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