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출연동물 소품 취급당해"…드라마 속에 동물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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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동물 소품 취급당해"…드라마 속에 동물권은 없었다

조성아
기사승인 : 2022-01-25 16:14:32
드라마 '태종 이방원' 출연 말 사망사고 일파만파
"출연동물 막 다루는 일 비일비재…사고 나도 쉬쉬"
이제 드라마를 위해 동물이 희생되는 비극은 막내릴 것인가. KBS 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벌어진 말 사망사고 여파가 사회 전반으로 번졌다. 정치권으로 비판 여론이 번지고, 방송중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까지 제기됐다. 해당 드라마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까지 2주째 결방이 예고됐다. 

동물 희생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방송 관계자들에 따르면, 카메라 뒤에선 종종 벌어지던 일이다. 영화, 드라마 등에서 말과 촬영한 경험이 많은 제작사 대표 A 씨는 "요즘엔 많이 없어졌다고 하나 과거엔 촬영을 위해 동물을 막 다루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쉬쉬'하고 지나가는 게 관행이다. 사람이 다친 것이 아니다보니 그냥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분위기가 적잖았다"고 했다. 

▲말 사망사고로 동물학대 논란을 부른 KBS '태종 이방원' 속 장면. [드라마 캡처]

▲KBS '용의 눈물'에서 마취된 노루를 집어던지는 장면. [드라마 캡처]

과거 KBS '용의 눈물'에선 유동근이 김영란에게 마취된 노루를 집어던지는 장면이 나왔다. 드라마 속 장면으로만 봐도 노루가 다쳤을 것이라는 게 예상될 만큼 과격한 장면이었다. 김영란은 후에 "리허설 때까지 소품을 써서 사전에 몰랐고, 촬영 때 너무 놀라서 녹화 후에 눈물을 쏟았다"고 고백했다. 제작진이 더 놀라는 장면을 담기 위해 일부러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극 등의 드라마 스태프로 일했던 B 씨는 "이번에 말이 죽었기 때문에 큰 논란이 됐지만 현장에서는 종종 다양한 불상사가 벌어진다. 동물들과 촬영하는 동안엔 제어 불가능한 상황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촬영 시간이 한정돼 있다 보니, 동물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동물을 죽이거나 죽어있는 장면을 찍기 위해 마취제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한다. B 씨는 "개에게 마취주사를 놓아 촬영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이 길어지면서 마취제를 많이 써야했다. 스케줄상 다른 날 다시 촬영할 수도 없어 그대로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그 개는 촬영이 다 끝나고 한참 지나서도 깨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B 씨는 또 "'보조 출연자'로 출연하는 동물들에 대해선 '소품'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했다. 동물 출연자들의 세계에서도 사람처럼 등급이 나뉜다고 한다. B 씨는 "아무래도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동물은 스트레스를 덜 받도록 신경 쓰는 분위기가 있지만, '배경'으로 쓰이는 동물들의 경우 그런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도 과거 촬영 중 동물학대 논란이 여러 차례 있었다.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작 '라이프 오브 파이'에선, 호랑이가 바다에 빠지는 장면을 찍다가 호랑이를 익사시킬 뻔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폭로됐다. 영화 '호빗'에서도 양을 비롯해 27마리의 동물들이 희생된 사실이 후에 알려지기도 했다. 

동물 사고가 잇따르자 할리우드에선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실시되고 있다. 동물들이 촬영 중 다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위험한 장면은 모형이나 CG(컴퓨터 그래픽)로 촬영하는 일이 일반화됐다. 

드라마나 영화에 말 대여를 하고 있는 승마클럽 대표 C 씨는 "최근 들어 영화와 드라마 산업이 발달하면서 실제 말이 아닌 말 모형 '더미(Dummy)'를 쓰는 경우가 많다"며 "낙마 장면도 말에 탄 사람이 낙법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말에서 떨어지는 식으로 촬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선 예산과 촬영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다. 사극에서 유독 말 사고가 많았던 건, 말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도 있지만 영화에 비해 시간과 예산이 부족해서인 탓도 크다는 것이다. 

영화 제작사 대표 A 씨는 "영화 '챔프' 찍을 때 일이다. 말이 엎드려 있다가 일어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장면이어야 한다고 해 말이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3일을 기다려 촬영했다. 그러느라 제작비가 크게 오버됐다"면서 "촬영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다. 일반적으로 동물 촬영을 하면서 무작정 기다려서 찍긴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KPI뉴스 / 조성아·김해욱 기자 j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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