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강준만의 직설] 맥락 빠진 '김혜경 172분, 김건희 17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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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 맥락 빠진 '김혜경 172분, 김건희 17분' 비판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2-28 11:33:03
'맥락' 빠진 모니터 보고서…'뉴스 가치' 감안해야
기간 특수성 감안한 총체적이고 정교한 분석 필요
"언론환경이 적대적"이라는 윤석열 주장이 온당치 않듯
방송시간 근거로 '종편 재승인 탈락' 거론하는 것은 문제
지난 2월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원욱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혜경 172분 vs 김건희 17분… 종편 보도 왜 이럴까"라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모니터 보고서를 공유하면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편파 보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칼 같은 잣대를 들이대면 여기 종편들은 모두 재승인 탈락 대상"이라고 했다. 그는 2월 23일 민주당 선대위 본부장단회의에서도 "김혜경 172분, 김건희 17분의 방송"을 거론하면서 "(종편은) 정치적 중립으로 공영성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노골적 정치개입으로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인가"라고 경고했다.

종편들이 재승인에서 탈락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탈락되어 마땅하다. 그러나 '김혜경 172분, 김건희 17분'을 대표적 사례로 들면서 그런 위협을 하는 건 곤란하다. 종편을 비판하려면 제대로 된 비판을 해야 한다. 민언련 보고서에 따르면, 종편 4사가 2월 10일부터 15일까지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김건희 의혹은 17분을 다룬 반면 김혜경 의혹은 172분을 다루는 불공정 방송을 했다는 것인데, 이 보고서는 '맥락'이 빠져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옳건 그르건 종편을 포함한 모든 언론이 신봉하는 '뉴스 가치'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따끈따끈한' 뉴스를 좋아한다. 시사대담 프로그램 역시 다를 게 없다. 아무리 중요한 사건이라도 시간이 흘러 묵은 이슈가 되면 소홀히 다루는 게 언론의 속성이다. 2월 10∼15일이라는 기간의 특수성에 대한 해설을 곁들였어야 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포털 뉴스 모니터링팀이 1월 17일부터 2월 13일까지 28일간 네이버 랭킹뉴스에서 '언론사별 많이 본 상위 5개 기사 가운데 대선 관련 기사 1934건을 수집·분석한 결과를 보자.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 분포는 윤석열(27.6%)과 이재명(24.3%)이 1·2위를 기록한 가운데 안철수(11.4%)의 비중이 김건희(10.4%)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김혜경(6.1%) 비중도 심상정(6.3%)과 유사했다. 거대양당 대선후보 배우자 관련 기사가 대선후보 지지율 3위와 4위 후보만큼 등장했다는 의미다.([미디어오늘], 2022년 2월 22일)

1월 17일부터 2월 13일까지 김건희 관련 뉴스는 부정 일변도였던 반면 김혜경 관련 뉴스는 긍정과 부정이 뒤섞여 있었다. 1월과 2월 초순은 일방적인 '김건희 사건의 시간'이었으며, 1월 28일 SBS '8뉴스' 보도로 '김혜경 황제의전'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이게 '불법적인 권력남용' 의혹으로 비화하면서 2월 중순은 '김혜경 사건의 시간'이 되었다.

2월 9일은 김혜경의 사과가 나온 시점이기도 했다. 김건희 사건은 오래전부터 문제가 되었었기에 추가적인 내용이 나오더라도 김혜경 사건에 비해 '뉴스 신선도'가 떨어졌다. 게다가 김건희 관련 뉴스엔 원래 긍정적인 게 거의 없었던 반면 김혜경은 그간 긍정적으로 다뤄져 왔기에 김혜경 사건은 뜻밖의 사건으로 여겨져 뉴스 가치도 높았다.

1월 28일 이전의 일정 기간 동안 뉴스나 시사대담을 수집·분석해본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김혜경 사건이 조금 시들해지고 민주당의 총공세와 함께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이 다시 불거진 2월 하순 이후의 시점부터 조사를 해보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김건희 사건의 시간' 동안 윤석열 측이 "언론환경이 너무 적대적"이라고 주장한 게 온당치 않았듯이, "김혜경 172분, 김건희 17분의 방송"을 근거로 '종편 재승인 탈락'을 거론할 만큼 분노의 대상으로까지 삼아야 할 것은 아니었다. 이는 온당치 않거니와 언론자유의 관점에서 볼 때에 위험한 것이었다.

종편에 편향성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모니터 보고서도 맥락에 대한 해설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JTBC의 경우 김혜경 의혹 10분(31.8%), 김건희 의혹 3분(9.7%)을 다뤘다며, "다른 종편들에 비해서 차이가 덜하긴 했지만 김건희씨 의혹보다 김혜경씨 의혹을 다루는 데 3배 넘는 시간을 할애했고, 결과적으로 김건희씨 의혹보다 김혜경씨 의혹을 더 많이 다룬 다른 종편들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고 했다.

JTBC마저 그랬다면 달리 생각해볼 수는 없었던 걸까? 2월 초순 윤석열 측은 JTBC·한국기자협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을 무산시키면서 "종편 중 가장 좌편향된 JTBC"라는 이유를 들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JTBC는 저녁 메인뉴스에서 지난 석 달간 이재명·윤석열 검증 보도는 각각 똑같이 70여건으로 공정에 최선을 다했는데 "도대체 무엇이 좌편향됐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민언련은 왜 JTBC마저 유사한 흐름을 보였는지 한번 더 생각했어야 했다. 분석 기간의 특수성을 설명하면서 '3배 차이'는 이해할 수 있지만, '10배 차이'는 지나쳤다거나 하는 식의 총체적이고 정교한 분석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그런 고려가 있었다면 자극적인 보고서 제목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을 것이고, 이원욱이 보고서에 접하자마자 '재승인 탈락 대상' 운운하는 말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열을 좀 가라앉히는 게 좋겠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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