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국민재산 강탈하는 '인플레이션 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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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국민재산 강탈하는 '인플레이션 조세'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2-04-07 16:32:58
인플레이션 방치는 국민재산 강탈이나 마찬가지
한은 통화정책 제1목표이자 존재이유는 '물가안정'
경제학에 '인플레이션 조세'란 용어가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재정확대, 지폐발행 등에 의해 통화량이 늘어날 경우 물가가 오른다. 만약 오늘 10만 원인 물건의 가격이 내일 11만 원으로 오른다면, 소득이 그대로라도 돈의 가치가 떨어져서 국민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이처럼 화폐를 보유한 국민이 실질적으로 손실을 입게 되는 현상을, 세금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라 해서 인플레이션 조세라 칭한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의 '아시냐 지폐'는 정부가 어떻게 인플레이션으로 국민의 재산을 빼앗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1792년 전 유럽의 대(對)프랑스 동맹전쟁까지 터지면서 프랑스의 재정은 심각하게 악화된다. 프랑스 혁명정부는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시냐 지폐를 발행하기로 했다. 

당시는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한 현대적인 통화 시스템이 확립되기 전, '금본위제' 시대였다. 중앙은행의 금리 등 통화정책에 의해 통화의 가치가 결정되는 현대와 달리 당시에는 액면가와 같은 액수의 금은과 바꿔준다는 약속에 의해 지폐의 가치가 유지됐다. 

즉, 정부 금고 안에 지폐 발행량만큼의 금은이 없다면, 그 지폐는 즉시 휴지조각 취급을 받았다. 또 심각한 물가 상승을 일으켰다. 현대에 중앙은행의 금리가 통화량을 조절하는 핵심이라면, 당시에는 정부가 감당 가능한 선에서 지폐를 발행하느냐가 제일 중요했다. 

혁명과 전쟁으로 인해 프랑스 정부의 금고는 이미 텅텅 빈 상태였다. 대신 귀족과 성직자에게서 몰수한 토지, 약 20억 리브르 가치의 토지가 있었다. 프랑스 혁명정부는 지폐 액면가만큼의 토지와 바꿔준다고 약속한 뒤 아시냐 지폐를 발행했다. 

그러나 전비가 끝없이 나가면서 혁명정부는 곧 약속을 어겼다. 1793년 1월에 이미 아시냐 지폐 발행량이 30억 리브르를 넘었다. 전쟁 기간 동안 지폐 발행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1797년에는 210억 리브르에 달했다. 

당연히 지폐 가치는 곤두박질치고, 프랑스는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물가가 몇십 배나 뛰어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현상을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그 해 혁명정부는 아시냐 지폐의 발행을 중지했다. 지폐 소유자들에게는 액면가의 3.33%에 해당하는 토지만 나눠줬다. 정부가 화폐를 보유한 국민의 재산 96.67%를 강탈한 셈이다. 

아시냐 지폐와 비견할 바 못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현대인들도 상당한 액수의 인플레이션 조세를 내고 있다. 정부의 재정 확대와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로 통화량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치솟고, 생활 물가도 올랐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원유, 곡물 등의 가격이 고공비행 중이다.  

미국의 최근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7%를 초과했다. 2월 물가상승률 7.9%는 40년 만의 최고치다. 한국도 3월 물가상승률(4.1%)이 10년여 만에 4%대를 기록했다. 

작년 8월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요새는 '인플레 파이터'로 변모했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사실상 0.5%포인트 인상을 예고했다. 

한국은행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1.25%까지 올렸지만, 여기서 멈출 상황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방치하는 건 정부가 국민의 재산을 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한은 총재 자리가 아직 궐석이라 4월 금융통화위원회는 쉬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총재 궐석 여부에 좌우될 만큼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킬 것"이라며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지금 한은의 임무는 분명하다. 인플레이션 조세로부터 국민들을 구해내야 한다. 중앙은행의 제1목표이자 존재이유는 '물가안정'이다.

▲ 안재성 경제부장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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