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투자자는 손해 보고 증권사는 돈 버는 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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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투자자는 손해 보고 증권사는 돈 버는 증시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4-08 10:44:00
작년 '빚투' 뛰어든 투자자들 대거 손실
증권사는 9조원대 순익…전년비 54.2%↑ 
투자자도 돈 벌수 있어야 시장 발전 가능
1990년에 주식, 채권, 서울 아파트에 1억 씩 투자했다면 지금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주식은 3억2000만 원, 채권은 8억4000만 원, 아파트는 5억3000만 원 정도 돼 있을 걸로 추정된다. 

해당자산의 대표지수를 가지고 계산한 결과다. 주식의 연평균 수익률이 3.2%로 채권의 3분의 1, 서울지역 아파트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주식은 투자하면 안 되는 자산이었다. 위험이 큰데 비해 수익은 가장 낮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돈을 벌지 못했다고 증권회사가 어려웠던 건 아니다. 작년에 증권사는 9조941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재작년보다 54.2% 늘어난 수치다. 

두 부문이 수익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하나는 수수료로 주식과 채권 매매를 중개해준 대가로 전체 순이익의 32%에 해당하는 돈을 벌었다. 증권사가 중개를 담당하는 기관인 걸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다. 

다른 하나는 대출이다. 주식담보대출이나 신용매매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고 3조6000억 원을 벌었다. 전체 이익의 29.6%에 해당한다. 이자로 자기 본업만큼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작년 상반기에 30대 이하 세대는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로부터 38조7000억 원을 빌렸다. 전체 신용거래의 20%에 해당하는 돈으로, 그만큼 '빚투'가 성행했음을 알 수 있다. 이 금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2019년에 32조에서 재작년에 57조가 되더니 작년에는 70조를 넘었다. 

빚을 내 투자해서 이익을 냈을까?

주가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상당수가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작년 7월에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20% 가까이 떨어졌다. 재작년 11월 이후 투자한 사람들은 지금보다 높은 지수대에서 주식을 매수했기 때문에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주가 상승 초기에 사람들은 적은 금액을 투자하지만 상승이 확실해진 후에는 투자액수를 늘리는 경우가 많다. 주가가 오를수록 시장에 대한 확신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이런 패턴을 감안하면 현재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주식을 산 사람조차 손해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를 한 사람은 손해를 보고, 증권사는 이익을 본 것이다. 
   
2020년에 주가가 급등하자 우리 시장이 질적으로 달라졌다는 얘기가 많았다. 대규모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들어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론적으로 무장한 젊은 층이 늘어났기 때문에 과거와 다른 형태의 시장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과거에도 자주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과 주식형펀드 열풍이 불었던 2005~2007년이 대표적이다. 당시 하루 2조 가까운 돈이 주식시장에 들어오고 투자자가 늘었지만 시장의 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1985~1989년이 시장이 변화한 유일한 경우인데 그 때는 주가가 3년 넘게 상승하고, 국내 경제도 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질적인 변화가 가능했었다. 

새로운 투자시대가 열리려면 주식투자로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투자자들이 오랜 시간 시장에 머물고 주식이 투자자산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지금처럼 투자자는 손해보고 증권사만 돈을 버는 구조에서는 시장이 발전할 수 없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주식시장이 양적으로 커졌지만 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처럼.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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