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애매모호'에서 '직설적'으로…중앙은행 총재들의 화법이 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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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에서 '직설적'으로…중앙은행 총재들의 화법이 달라진 이유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2-04-11 16:59:26
'우크라 사태'에 물가상승 압력 높아져…"인플레이션 위험 경고"
"발언 약하면 시장에 먹히지 않을 것 우려해 세게 말하는 것"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제롬 파월·2021년 8월 17일) 

"경제가 기대만큼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올해 안에 자산 매입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제롬 파월·2021년 8월 27일)  

"연내 금리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에 달려 있다."(이주열·2021년 5월 27일)

"우리 경제가 견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야 한다."(이주열·2021년 6월 11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일반적으로 애매모호한 표현을 즐겨 쓴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중앙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혹은 인하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언제부터 인상하겠다" 등 시점을 명확히 표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장 흔한 언사가 "경제 상황, 물가 흐름, 고용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는 표현이다. 아무런 힌트도 주지 않는, 정치가가 입에 담았다면 "말장난하지 말라"며 욕을 먹을 만큼 무미건조한 말이다. 

약간 힌트를 준다 해도 "뚜렷한 경기침체가 확인되면, 금리인하를 고려하겠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고, 고용이 안정되었다고 판단될 때 금리정상화를 검토하겠다" 등 보수적이고 모호한 표현에 그친다. 
 
통화정책이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시장은 금리에 민감하다. 중앙은행 총재의 말 한마디에 주식, 부동산 시장이 출렁인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은 세계 경제에 두루 영향을 끼치기에 말을 더욱 아끼는 편이다. 

일례로 2010년 10월 김중수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미국 달러화에 편중된 외환보유 자산의 전략적 다변화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자 갑자기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한은 외환보유액이 세계 8위 수준으로 거대한 데다 이중 달러화 비중이 60~70%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 총재의 발언은 달러화 자산, 즉 미국 국채를 시장에 내다 팔 거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채권 가격이 내리면, 금리는 올라간다. 

놀란 한은은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매각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신규 외화자산 편입 시 달러화 비중을 줄이겠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해프닝에 그치긴 했지만, 중앙은행 총재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무거운지 보여준 사례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종료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준 홈페이지 캡처]

그런데 요새 중앙은행 총재들의 입이 달라졌다. 과거와 달리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물가가 너무 높다"며 "한 번 혹은 여러 번의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예고한 것이다. 나아가 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올리는, '빅스텝'을 여러 번 밟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지난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이다.  

이주열 전 한은 총재는 지난 1월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 "1.25%는 여전히 완화적이며, 1.5%도 긴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곧 추가 인상할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금리를 통해 가계부채 연착륙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와 관련,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말을 세게 한다는 것은 약하게 했을 때 잘 통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면서 "인플레이션 확대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불안해지자 이에 맞춰 더 세게 얘기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미리 겁을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인플레이션 위협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올해 2월 물가상승률(7.9%)은 40년 만의 최고치다. 한국도 3월 물가상승률(4.1%)이 10년여 만에 4%대를 기록했다. 

강관우 더프레미어 대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상태"라고 판단했다. 그는 "전쟁 종료 후에도 인플레이션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은행 총재들의 강한 발언은 시장에 뚜렷한 영향을 끼쳤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를 2.50%~2.75%로 인상할 거라는 전망이 41.5%로 가장 높았다. 2.75%~3.00% 예측도 24.5%에 달했다.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연말 기준금리 예상치 1.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186%를 기록했다. 한은 기준금리 2.5%까지 올랐을 때의 금리 수준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앙은행 총재들의 발언이 직설적일수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다"며 "이를 감안해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강혜영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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