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강준만의 직설] 갈등을 부추기는 성평등 국제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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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 갈등을 부추기는 성평등 국제통계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4-13 10:47:03
한국, 올라갈수록 남성이 해먹는 나라…'성 격차지수' 늘 후진국
고위직 여성 비중 중요하나 그걸로만 성평등 수준 말할 수 없어
한국이 성평등 상위권이라는 다른 국제통계들도 같이 봐야
이대남 분노 '보수적' 평 멈추고 '페미니스트 코스프레' 중단해야
지난 3월 7일 이 지면에 쓴 "'이대남'은 왜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렸나"라는 제목의 글을 읽은 분이 질문을 주셨다. 내가 역설하는 '이대남과 페미니즘의 화해'가 가능한 일이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양쪽 중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거나 전적으로 그르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는 머뭇거렸다. 당연하다. 자신의 분명한 생각은 있을지라도 이 문제에 대해 사실상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는 게 다소 곤혹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렇다. 바로 그게 문제다. 내 질문은 "지난 대선에서 누구를 찍었느냐?"는 질문과 비슷한 것이었다. 어떤 자리에서 누가 묻느냐에 따라 쉽게 답할 수도 있는 질문이지만, 어떤 상황에선 '문명인'이라면 결코 해선 안될 질문이기도 하다. 정치를 무슨 종교처럼 대하는 열혈 신도 앞에서 그 신도가 저주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아시지 않는가.

이대남과 페미니즘의 문제도 다르지 않다. 양쪽 모두 너무 뜨겁다. 나는 그간 일방적인 페미니즘 지지자였지만, 최근엔 양쪽의 화해를 모색하기 위해 양시양비론으로 기울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잘 아시겠지만, 양시양비론은 속된 말로 '남는 장사'가 아니다. 어느 한쪽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주면 절반의 지지는 얻을 수 있지만, 양시양비론은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남는 장사'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기에 계속 내 길을 가보련다. 나는 '이대남과 페미니즘의 화해'를 위한 첫걸음으로 이전 칼럼에서도 지적했던 통계의 문제를 넘어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통계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설득의 주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페미니즘 관련 통계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상호 이해와 설득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 대표적 예가 스위스의 민간 싱크탱크인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성 격차지수(GGI)다. 한국이 성평등 분야에서 후진국이라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이 그 주요 근거로 한결같이 제시하는 게 바로 이 통계다. 이 통계의 문제점은 그간 국제적으로도 열띤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한겨레 기자 임인택이 아주 좋은 설명을 했기에 그걸 소개한다.

"경제·정치·교육·건강 부문별 남성의 기회나 지위를 1점 삼고 여성의 수준을 상대 계량해 각 국가 내 젠더 차별을 드러낸다. 잘사는 나라도 남성이 다 해먹으면 0점, 못사는 나라도 성별 몫이 균등하면 1점 만점이다. 해서 점수엔 표정이 있다. 남녀가 함께 누려 행복하면 기쁜 1점, 같이 못 누려 같이 불행하면 슬픈 1점이랄까."

한국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높이 올라갈수록 남성이 대부분 해먹는 나라인지라 이 통계에선 늘 후진국이 된다. 각 분야의 고위직에 여성이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오직 그것만으로 성평등의 전반적인 수준을 말할 수 있는 걸까? 그래서 종교적·문화적으로 노골적인 여성차별을 하는 나라들이 한국보다 더 나은 점수를 받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걸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가?

이 통계의 핵심적인 문제를 한마디로 압축해 표현하자면, 의도적인 페미니즘 가치 지향성과 더불어 '유럽중심주의'다. 문화와 사회발전 정도가 비교적 동질적인 유럽에선 나름 쓸모 있는 통계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통계를 숭배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다른 지역의 나라들에게 있다. 물론 한국도 바로 그런 나라 중의 하나다. 앞으론 세계경제포럼 통계를 인용할 때엔 반드시 한국이 성평등에서 상위권에 속한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다른 국제통계들도 같이 거론하는 게 좋겠다.

문제가 있긴 하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남성이 대부분 해먹는 나라에선 세계경제포럼 통계가 변화의 자극을 주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페미니스트들은 그런 생각을 했을 게다. 나 역시 그런 순기능이 있다는 생각으로 그간 지지를 해왔다. 그런데 그간 벌어진 일들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걸 말해주고 있으니 어이하랴. 생각해보라. 다수 여성은 믿을망정, 다수 남성은 믿지 않고, 이대남은 엉터리라고 비웃거나 욕하는 통계로 무슨 바람직한 변화가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세계경제포럼 통계가 각 조직에서 높이 올라갈수록 남성이 대부분 해먹는 문제, 여성의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적으로 활용되었다면 이대남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세계경제포럼 통계는 주로 이대남을 윽박지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

성평등을 위해 도입하겠다는 새로운 제도는 이제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대남에게 적용되는 것이었고, 기득권에 아무런 위협을 받지 않는 4050 세대의 남성은 진보적인 척 '페미니스트 코스프레'를 할 수 있는 기묘한 집단적 위선극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4050 남성이 대부분 해먹는 문제의 책임을 이대남에게 묻는 건 공정하지 않다. '위선적 진보'가 시대정신이 아니라면 이대남의 항변과 분노를 '보수적'인 것으로 돌리는 짓은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한다. '페미니스트 코스프레'는 이제 그만하고, 모두 다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보자.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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