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불면의 서학개미, '존버'가 해법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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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불면의 서학개미, '존버'가 해법 아니다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5-13 09:33:03
2000년대 잘나갔던 시스코, 현재 주가 '뚝'
좋은 기업이 투자수익을 보장하지는 않아
애플·테슬라 주가, 시스코 전철 밟을 수도
해외투자? 가까이 있는 주식부터 신경쓸 때
시작은 4~5년 전부터다. 주식거래 수수료를 0%까지 내린 증권사들이 다른 곳에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보전하려고 도입했다. 해외주식 투자 얘기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규모가 폭발했다. 시중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풀리면서 그 중 일부가 해외로 흘러나갔기 때문이다.

애플,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것도 투자자들의 눈을 해외로 돌리게 만들었다. 이렇게 시작된 해외주식투자가 3월 말에 1016억 달러까지 늘어났다. 원화로 따지면 130조 원 가까운 돈이다. 투자종목은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순이다. 

요즘 해외주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4월 초 이후 테슬라가 32.3% 떨어졌기 때문이다. 엔비디아(-37.8%), 애플(-15.9%), 마이크로소프트(-15.8%), 알파벳(-18.9%), 아마존(-35.6%)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간 중에 '구독경제'의 선두주자인 넷플릭스 주가가 하루에 35%, 아마존도 14%가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 투자의 역사는 새로운 방법에 열광했다 실망하기의 반복이다. 투신사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뮤추얼펀드가 처음 나왔을 때 그쪽으로 몰렸지만 손해를 봤고, 차이나 펀드로 대표되는 해외 펀드도 끝이 좋지 않았다.

이도 저도 안되자 하루에 조금씩 수익을 내는 걸 목표로 하는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이 나왔다. 교육 학원이 만들어질 정도로 관심을 끌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사라졌다.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빈 공간에 해외주식이 뚫고 들어왔다. 애플, 테슬라 등 세계 최고 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기다리기만 하면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한 결과다. 

좋은 기업이 좋은 투자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됐지만, 5년 전만 해도 테슬라는 조만간 보유현금이 떨어져 문을 닫을 회사로 취급됐었다.

테슬라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다. 지금은 전 세계 자동차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3% 밖에 되지 않아 내연자동차회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해당 비중이 10%를 넘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오랜 시간 자동차를 만든 경험과 세계적인 판매망, 대규모 자금을 가지고 있는 도요타, 폭스바겐, 현대차 등이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테슬라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00년 세계 주식시장을 주름잡은 회사는 미국의 통신장비 네트워크 기업 시스코이다. 시가총액이 세계에서 가장 컸고, 성장성도 뛰어난 회사로 꼽혔다. 지금은 시스코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 때문에 주가는 2000년 최고가 75달러에 못 미치는 48달러에 머물고 있다. 그 사이 나스닥이 2배 넘게 올랐다는 걸 감안하면 시스코 투자자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알 수 있다. 테슬라, 아마존이 시스코와 다른 길을 갈지 확신하지 못하겠다. 

지금은 투자 방법을 재정비할 때다. 국내와 해외를 막론하고 주식이 기대했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버티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국내 주식투자는 잘못하면서 해외 투자를 잘 할 수는 없다. 가까이 있는 주식부터 신경 썼으면 한다. 불면의 밤을 보내지 말고.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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