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집 사지 말라는 미국, 규제 푼다는 한국…누가 더 현명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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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집 사지 말라는 미국, 규제 푼다는 한국…누가 더 현명한가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6-24 10:21:26
코로나 이후 급등한 미국 주택가격, 통화긴축에 하락 전환
미국, 물가 잡기 위해 주택시장에 적대적인 정책 계속할듯
한국 집값도 같은 이유로 하락하는데, 정부 대응은 달라
주식이 그렇듯 부동산도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여러 나라의 주택가격이 동시에 오르거나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2년처럼 많은 나라가 똑같은 정책을 폈을 때에는 동조화가 더 심해진다.

코로나 발생 직후 미국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다. 금리 인하로 미국 가계의 주택대출 부담이 줄어든 결과다. 미국 은행들은 가계가 매년 갚아야 할 주택대출 비용이 연소득의 28%를 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수준을 넘으면 대출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자 부담이 줄어 소득에서 주택대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졌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6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시장지수가 67로 떨어졌다. 전월 69에서 후퇴한 건데 6개월 연속 하락이다. 미국 주택 시장의 거래와 심리지표 모두가 하락해 본격적인 가격 조정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주택시장이 약화된다면 긴축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금리 인상이 비용증가를 초래해 주택수요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번에는 특이하게 중앙은행이 보유자산규모를 줄이는 양적 긴축도 주택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줄 걸로 보인다. 연준이 주택담보부채권(MBS) 보유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중앙은행이 부동산시장에 돈을 넣어주던 정책을 끝낸 건데, 그 영향으로 작년 8월 2.9%였던 모기지 금리가 최근에 5.78%까지 상승했고 주택관련 원리금 부담이 40% 증가했다.

당분간 미국정부는 주택시장에 적대적인 정책을 계속할 걸로 보인다. 소비자물가만큼이나 현재 과열 상태에 있는 부동산 시장을 잡고 싶어하기 때문인데, 미국 물가지수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 서비스 물가 잡기 성공 여부가 부동산 가격에 달려있다. 

주택가격 급등으로 매입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점도 미국 부동산시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은행은 집값의 20%를 개인이 해결하는 조건으로 나머지 80%를 대출해준다.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평균 집값이 50만 달러를 넘는다. 집을 사려면 최소 10만 달러의 현금이 필요한데, 젊은 세대 매수자에게 부담이 되는 액수다.

집값 상승으로 최근 미국 가계의 주택 매입 의지는 크게 꺾였다. 뉴욕 연은의 조사에서 세입자의 43%가 당분간 집을 살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2014년 이후 최고치다. 3년 내 이사할 경우 새로 집을 사겠다고 응답한 비율도 작년보다 7.8%p 줄었다. 가격이 너무 올라 주택 매입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미국 주택시장의 하락이 본격화되지 않았다. 연체율 상승같이 주택관련 부채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도 없다. 그렇지만 모기지 금리 상승과 모기지 신청 건수 감소, 주택 거래량 감소 등 선행지표의 동향을 감안하면 미국 주택시장이 조만간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택시장이 하락할 경우 우리도 영향을 받게 된다.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이란 똑같은 이유로 집값이 상승했고, 높은 가격 부담을 느끼는 것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사람들에게 지금 집을 사지 말라고 경고했다. 우리 정부는 생애 첫 주택구입에 대해 자금 규제를 풀겠다고 선언했다. 어떤 정부가 더 현명했는지 시간이 지나면 가려질 것이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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