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 '규제완화로 부동산시장 안정시킨다'는 정부의 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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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 '규제완화로 부동산시장 안정시킨다'는 정부의 오판 

UPI뉴스
기사승인 : 2022-09-08 09:19:31
종부세와 대출규제 완화하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까
정부가 모든걸 다 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이거나 오판
가계부채 늘려 금융위기 위험 키우는 부작용만 낳을 것
부동산 규제 완화 몇 개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종부세 완화는 국회 통과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됐고, 고가 아파트에 대한 담보대출 규제 해제는 검토하지 않는 걸로 정리됐다. 당장은 넘어갔지만, 부동산 시장이 추가로 위축되면 다시 거론될 걸로 보인다.

규제를 풀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까? 

과거 사례 하나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989년 12월 정부가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발표를 했다. 주가 하락을 막아달라는 시장의 요구 때문이었다. 거칠게 표현하면 조폐공사에서 돈을 찍어서 주식을 매수하겠다는 건데,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방안 중 가장 강한 수를 쓴 것이다. 

주가는 정부 발표 후 잠깐 상승했다 다시 떨어졌다. 무제한으로 주식을 사주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안정을 찾지 못한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정부의 정책 능력을 무시하는 걸로 볼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부의 강압으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들이는 역할을 떠맡았던 3개 투신사가 주가 하락과 이자 부담으로 부실해졌고, 정부는 조치 발표 이후 2년동안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새로운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번 발을 들여놓은 이상 계속되는 투자자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작년에 규제 완화 방안이 나왔다면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집값이 오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규제를 풀어도 시장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에서 세금 좀 줄여주고,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준다고 하더라도 집을 살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규제 완화는 정책으로서 역할은 하지 못하는 대신 시장에 잘못된 신호만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이 1869조였다. 경제 좀 아는 사람치고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최대 고민거리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이 없다.

이런 상태에서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풀 경우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건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종부세 완화 방안이 더해지면 사람들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 안정보다 상승에 관심이 더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가계부채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다. 위기를 피하더라도 소비 둔화로 오랜 시간 경제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올해 말에 기준금리가 3%가 되면 우리 가계는 작년 8월보다 33조의 이자를 더 물어야 한다. 소득이 그만큼 늘어난다면 문제가 없지만, 실질임금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서 소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사정이 그런데,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로 빚이 늘어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만나야 한다. 하나는 위기 상황이고, 두 번째는 정부의 오판이며, 세 번째는 정부의 무능이다. 현 시점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는 정부의 오판이 될 수 있다. 원하는 효과는 얻지 못하는 대신 부작용만 커지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정책을 시행한다면 이는 둘 중 하나다. 대한민국 정부가 모든 걸 다할 수 있다고 믿을 정도로 오만하든지, 아니면 판단력에 문제가 있든지.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

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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