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기성의 경제분석] 허영인 회장, 제빵왕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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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의 경제분석] 허영인 회장, 제빵왕 맞나?

UPI뉴스
기사승인 : 2022-10-20 13:27:43
제빵 전문가면서 공장의 안전문제는 소홀히 해
SPC목표는 오직 이윤추구?…불매운동 확산 조짐
지난 15일 SPC 계열 제빵 공장에서 일어난 여성 근로자 사망사고는 23세의 여성 근로자가 120cm 높이의 교반기에 20kg에 육박하는 샌드위치 소스 재료를 붓다가 치마가 기계에 끼이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교반기에는 덮개가 없었고 끼임이 감지되면 기계 작동을 멈추는 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더 어이없는 것은 이 공장에서만 지난 5년 동안 37건의 사고가 있었고 그 가운데 40%가 넘는 15건이 끼임 사고였다. 불과 1주일 전에도 손 끼임 사고가 있었다. 

사망사고라는 참혹한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여러 차례 전조가 있었던 것이다. 그때 보완만 했다면 사람 목숨까지 빼앗아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2인 1조 작업 원칙만 지켰더라면 최악은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두고두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문제들은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자세히 밝혀질 것이고 경영진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서도 중대 재해 처벌법으로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 허영인 SPC 회장 [뉴시스] 

허영인 회장, 제빵에 대한 전문적 지식 갖춘 인물

허영인 SPC 회장은 창업주인 고 허창성의 차남이다. 고 허창성 회장은 1992년 은퇴를 선언하면서 큰아들인 허영선 씨에게 삼립식품을 물려주고 허영인 회장에게는 삼립식품의 10분의 1에 불과한 샤니를 물려줬다. 샤니는 당시 성남에 조그만 공장 하나뿐이었지만 허 회장은 제빵에만 몰두해 사업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삼립식품 본체를 상속받았던 허영선 씨는 리조트 사업 등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부도를 내게 되고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허영인 회장이 2002년 삼립식품을 인수해 지금의 SPC 그룹을 만들게 된 것이다. 

2010년 KBS에서 방송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허 회장의 성공기를 모티브로 삼은 것이라고 해서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의 빵에 대한 집념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끈 비결이었다. 실제 허 회장도 삼립식품의 대표를 맡은 이후 제빵을 배우기 위해 미국 캔자스시티로 유학을 갈 만큼 빵에 대한 집념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신제품의 식감이나 반죽 상태를 놓고 연구원들과 토론을 벌일 정도로 전문가라고 한다.

허영인 회장, 공장의 안전문제 몰랐을까?

이렇게 제빵에 대해 탁월한 식견이 있고 집념이 강한 사람이라면 빵과 관련해서는 자기 회사의 설비나 환경에 대해 꿰고 있었을 것이다. 또 어떤 작업이 위험하고 그에 대한 안전장치는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수많은 끼임 사고에도 불구하고 보완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는 것은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SPC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불법 파견 등으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됐고 이와 관련한 시위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해고와 파업 소식이 전해졌지만 많은 소비자는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노사갈등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SPC가 이윤에만 집착하는 기업이라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불매운동이 퍼져나가고 있다.

사망사고 이후에도 같은 작업 계속

이번 사고가 소비자들을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사고 이후에 문제의 교반기는 흰 천을 씌우고 다른 기계에서는 동일한 작업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도 빵은 만들겠다는 도덕적 무감각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샌드위치는 이제 친숙한 한 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언젠가 자신의 빵집을 꿈꾸며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았던 20대 여성 근로자의 죽음을 생각하면 한동안은 샌드위치를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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