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감사 받은 대기업 창업주 장남의 신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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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받은 대기업 창업주 장남의 신사업

김지우
기사승인 : 2022-10-25 16:13:04
대기업 창업주 장남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신사업도 감사(監査)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창업주 장남이 손댄 사업이 정당하고 문제가 없는지 잣대를 들이밀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사례다.

월간지 신동아에 따르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추진했던 신사업이 2014년 11월 실제 감사를 받았고, 감사 한 달여 만인 12월부터 이듬해 1월에 걸쳐 일본 롯데그룹 각 사 이사직에서 해임됐다. 신 전 부회장이 어떤 사업에 손을 댔길래 감사를 받고 해임까지 됐을까.

신 전 부회장이 2011년 초부터 추진했던 신사업은 일명 '풀리카 사업'으로 불렸는데 2010년 12월 사내벤처 아이템으로 검토되다 사업성이 부족하고 법적 리스크도 커서 접었던 사업이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이 유일한 임원이자 대표로 있던 일본 롯데서비스가 풀리카라는 외부 업체를 통해 편의점, 양판점, 드럭스토어 등 소매 점포에서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마케팅용 정보로 가공해 제3의 회사에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이른바 몰래카메라를 통한 도촬(도둑 촬영)을 전제로 한 사업인 것이다.

풀리카 사업이 불법 소지가 있고 더군다나 일본 롯데그룹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임원들의 우려를 뒤로하고 신 전 부회장은 사업을 강행했다. 일본 롯데그룹 고문 변호사 의견도 신 전 부회장은 무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뉴시스]

일본 롯데그룹 고문 변호사인 아키모토는 2011년 1월 21일 풀리카 사업에 대한 의견서에서 "명시적으로 촬영 금지 표시가 있는 소매점포와 관련해 본 건 사업 진행하는 것은 민사, 형사 양쪽으로 법적 리스크가 높고, 명시적으로 촬영 금지 표시가 없는 소매점포 경우라도 법적 리스크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장래적으로 명시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이후 법적 리스크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다른 두 명의 변호사도 사진촬영을 금하는 점포의 경우 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준법경영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신 전 부회장의 사업 실적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2011년 7월 약 4억7000만 엔, 2013년 7월 추가로 3억5000만 엔 등 총 9억엔 가량 즉 한화 기준 약 100억 원을 풀리카 사업에 투자했다. 투자비는 대부분 몰래카메라 구입 및 운용, 시스템 구입 등에 사용됐다. 풀리카 사업이 종료될 때 까지 매출은 단 두 곳에서 1000만 엔, 한화 기준 1억 원 가량이 전부였다. 100억 원을 투자하고 3년여 간 기록한 매출이 고작 1억 원이었던 셈.

2014년 11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 전 부회장이 진행됐던 풀리카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가 보고됐다. 이 자리에서 한 참가자는 "풀리카 사업 진행 과정에서 지불 청구에 대해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지불했다고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며 사업 진행 과정의 지불 청구에 대한 의문을 밝혔다. 쓰쿠다 당시 사장은 "(풀리카 사업은) 거버넌스상 큰 문제가 있다. 권한 규정 재검토 등 대응책을 강구하기 위해 관계 부서와 협의해야 한다"며 풀리카 사업의 거버넌스상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 강구를 주문하기도 했다.

롯데홀딩스 감사는 "본 사업의 실무담당자인 스도에게 책임이 없다고 하기엔 어려운 경위가 있기 때문에 처분이 검토돼야 한다"고 하자 신 전 부회장은 "회사의 양해를 받아 시작한 신규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서 실무담당자를 처분한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반문했으나 재무임원은 "신규 사업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대응을 한 것이 확인된 경우 처분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풀리카 사업은 점포 조사를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줄곧 주장했으나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불법 촬영을 명확히 인지하거나 지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11월 풀리카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신 전 부회장은 "점포 내에서 촬영함에 있어서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되지 않도록 카메라 연사속도를 ○초로 해라" 등 직접적으로 지시를 했다. 특히 "점포 조사에서 잡히지 않도록 해. 드럭스토어는 가격 조사에 민감하니까"라고 말하는 등 경영자로서 부적절해 보이는 언행을 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이 자신을 해임한 일본 롯데그룹 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18년 3월 도쿄지방법원은 "롯데그룹 사업에 있어 소매업자는 비즈니스 상 중요한 거래처라고 할 수 있고 롯데그룹 계열사가 소매업자와의 신뢰관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게 된다면 롯데그룹 사업 전체에 중대한 악영향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원은 판결문에서 "해당 행위는 경영자로서의 적격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해임의 정당한 이유와 근거가 된다"고 명시했다.

올해 4월 일본 롯데서비스가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도 법원은 회사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명시적으로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소매점포에 조직적이며 지속적으로 무단촬영 목적으로 출입하고 도촬하는 사업은 애당초 진행되지 않았어야 하는 사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시한 것은 이사로서 임무 해태에 해당한다"며 총 4억8000만 엔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KPI뉴스 / 김지우 기자 kimzu@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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