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김기성의 경제분석] 이재용 회장의 어려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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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의 경제분석] 이재용 회장의 어려운 과제

UPI뉴스
기사승인 : 2022-10-27 16:06:01
삼성전자 취약한 지배구조 딛고 책임 경영하고
삼성 그룹사의 진정한 전문 경영인 시대 열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으로 취임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어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을 결정했고, 이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행사 없이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재용 회장의 회장 취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 중에 삼성전자의 상황이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책임 경영에 대한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 경영인보다는 오너가 직접 책임감을 갖고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게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오전 공판을 마치고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 재벌의 공(功)과 과(過)

재벌이라는 단어가 결코 가치 중립적인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뜻이 강하다. 재벌이라고 하면 문어발식 확장을 통한 경제력 집중, 일감 몰아주기, 노사 갈등 같은 단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 경영으로 대표되는 재벌의 경영 방식은 우리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의 반도체가 그랬고 지금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배터리가 재벌 경영의 긍정적 사례로 꼽힌다. 단기 실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전문 경영인에게 언제 수익을 낼지 모르는 대규모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너가 책임을 지고 투자를 결단했기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재벌들의 성장 스토리를 보면 주위의 모든 사람이 말리는 사업에 투자해 성공을 이뤄냈다는 것을 미담처럼 다루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좋게 보면 혜안을 가진 책임 경영이고 나쁘게 보면 독단 내지는 전횡에 가까운 이런 경영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기 어렵게 됐다. 일반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사회가 의사 결정의 중추로 등장한 상황에서 극히 일부 지분을 가진 창업주의 자손이 독단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책임 경영, 오너 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독이 든 성배와 다를 것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재용 회장의 과제 ①취약한 지배구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을 통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취약한 상태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에서 삼성물산,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의 지분 31.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주식 5.01%를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물산이 지배하고 있는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8.51%를 보유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여기에다가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라는 변수도 있다. 보험사의 비금융계열사 지분보유를 제한하는 이 법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3%만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최악의 경우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고리로 하는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구조가 무너지게 되고 책임 경영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물론 보험업법 개정에 대비해 인적 분할을 통해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반도체 전쟁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주요 계열사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취약한 지배구조로 과연 100년 앞을 내다보는 책임 경영을 수행할 수 있을까? 불안한 게 사실이다.

이재용 회장의 과제 ②전 계열사를 지휘하는 그룹 회장이 될 수 있을까?

이재용 회장의 정식 직함은 삼성전자 회장이다. 그렇다면 선대 고 이병철 회장이나, 고 이건희 회장처럼 삼성그룹의 전 계열사를 지휘하는 그룹 회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삼성그룹은 고 이병철 회장 시절, 비서실이라는 조직으로 그룹 전체를 컨트롤했다. 그 비서실이 고 이건희 회장 때는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로 이름을 바꾸면서 그룹 지배의 핵심 중추 역할을 했다. 그러다가 이건희 회장이 2014년 병원에 입원하면서 사실상 이재용 회장이 그룹을 지휘하던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됐다. 그 이후 삼성그룹은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 제고(삼성생명)·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의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구조로는 그룹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과거 미래전략실 같은 기구를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각각의 계열사는 자체의 이사회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하고, 컨트롤 타워를 두는 것 자체가 불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재용 회장의 취임과 더불어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은 본격적인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부회장이던 2020년 5월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경영권 세습은 자신의 대에서 끝내겠다고 밝혔다.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그래서 이재용 회장에게 거는 기대는 다른 어느 재벌 회장과는 다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국가의 방패로 키우고, 그리고 진정한 전문 경영인 시대의 초석을 다지는 재벌 회장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 김기성 경제평론가

● 김기성

△ 서울대 사회학과 △ SBS 경제부장 △ SBS 뉴욕 특파원 △ SBS 보도제작국장 △ SBSCNBC 대표이사 △ TV조선 뉴스센터장 △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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